대한민국 검찰이 '도마 위 생선' 신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된 것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검찰 조직의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은 검찰 개혁의 방아쇠가 됐다. 자숙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 권력의 핵심인사들이 모여 무엇을 격려하면서 술을 마시고 격려금까지 돌렸는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어처구니없어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대한민국 검사(檢事)는 종종 '검(劍)'에 비유된다. 특별수사를 잘하는 검사를 칼잡이로 부른다. 그동안 검찰이 휘둘러온 무소불위의 권력도 이러한 비유에 한몫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권은 그야말로 가장 막강한 공권력이었다.

물론 대한민국 검사 모두가 개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적한 송치 사건을 처분하기 위해 퇴근보다 야근이 익숙한 형사부 검사, 법정에서 수많은 사건을 공소유지하는 공판부 검사, 부패로 얼룩진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밤을 새우는 특수부 검사 모두 공익의 대변자다.

그렇지만 그들이 속한 검찰은 한 줌의 '정치 검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검찰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는 국민보다 외부에서 검찰 조직을 수술하길 원하는 여론이 더 높은 이유다.

살아 있는 권력에 한없이 약한 검찰은 어느 정부 때나 봐왔다. 죽은 권력과 죽어가는 권력을 모질게 물어뜯는 '하이에나 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권력'과 '제 식구 감싸기'를 대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을 주물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했을 때였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우 전 수석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했던 한탄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효하다. 검찰 개혁은 역대 정권이 출범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다가 실패하거나 시늉만 내다가 그쳤다.

이제 새 정부가 검찰 개혁을 시작한다. 대대적인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 적기이자 호기다.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새 정부의 검찰 인적 청산 의지도 재확인됐다.

검찰권의 민주적 통제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시대적 요구이다. 대한민국 검찰도 정치에 예속된 '정권 시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시험대에 섰다. 내부 자정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라는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사회 1부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