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입성하는 유기견이 화제다. 2년 전 폐가에서 구조된 개 '토리'가 주인공이다. 청와대가 이 개 입양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라니 세계 최초의 유기견 퍼스트 도그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퍼스트 도그(First Dog)는 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유기견을 퍼스트 도그로 삼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란다.

토리는 그동안 털 색깔이 검다는 등 이유로 입양자를 찾지 못한 채 동물보호단체에서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사연을 전해 듣고 입양을 결정했다. 토리는 청와대에서 새 친구들과 사귀게 될 것이다. 이미 청와대엔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가 입주했다. 문 대통령이 '집에 불이 났을 때 가족을 구한 뒤 마지막으로 데리고 나오겠다'고 밝힌 그 개다. 퍼스트 도그가 토리와 마루 두 마리인 셈이다. 또 있다. 마루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온 고양이 '찡찡이'다. 찡찡이도 버려진 고양이, 유기묘에서 퍼스트 캣(First Cat)이 됐다.

문 대통령은 '토리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인 소위 못생긴 개다.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는 철학과 소신에서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개 한 마리로 유난을 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000만 명을 웃도는 시대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 실천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반려견 놀이터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TNR)사업 확대 등이다. 또 동물보호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어린이 동물보호 교육을 강화하는 등 동물복지종합계획 구상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직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진돗개 아홉 마리를 청와대에 두고 나와 '유기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부산의 동물보호단체가 박 전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이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2012년 대선 때도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동물 공약을 제시했던 그다. '개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로 막 웃는다'고 좋아하는 문 대통령은 퍼스트 도그나 퍼스트 캣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걸맞은 동물 정책을 이끌 수 있을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