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이면 부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끌 제11대 지휘자가 탄생한다. 전임 리신차오 지휘자가 그만둔 이후 무려 1년6개월 만이다. 지난 1월부터 부산시향을 위탁 경영한 (재)부산문화회관은 지난 3월 부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선정위원회를 꾸려 한 달에 한 번씩 회의 중이다. 부산시향 지휘자가 선정되면, 현재의 부지휘자, 악장 공백 등 지도부 표류 상황이 해결될 것이다.

부산시향이 지휘자를 선정하기까지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부산시의 서툴고 근시안적인 문화행정은 시민과 음악인의 불신을 자초했다. 시가 채용한 민간 전문가가 객원 지휘자와 사전 조율도 거치지 않은 채 해당 객원 지휘자를 '지휘자 후보군'이라 일방적으로 홍보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발족한 지휘자발굴위원회가 추천한 한 지휘자가 부산시향과의 리허설에서 혼란스러운 지휘를 거듭하자 단원들이 지휘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사실상 후보 지휘자군에 포함된 특정인에게 두 번이나 지휘 기회를 줘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사이 지휘자 공석을 초래한 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리신차오 전 수석 지휘자(현 중국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에 대한 향수가 짙어졌다. 리신차오가 이끈 7년간 부산시향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기량을 다지는 한편 지휘자가 곡을 직접 설명하거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등 소통과 부흥의 시간을 보냈다. 부산시향을 찾는 전국의 고정 팬도 많아 리신차오와 부산시향의 작별 소식은 SNS를 달구기도 했다.

지휘자선정위의 과제는 그래서 더 무겁다. 지역 음악계와 단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면서도 지휘자의 긴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끝내고 연주단의 기량을 다질 지휘자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휘자선정위는 부산문화회관 측이 선임한 전문가인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 ▷김영률 서울대 기악과 학과장 ▷전용우 KBS교향악단 악장과 부산시향 단원 측이 선임한 ▷이은옥 제1바이올린 수석 ▷이광식 제1바이올린 단원 겸 총무 ▷동의대 윤상운 교수(전 부산시향 부지휘자)로 구성돼 있다. 경력이나 대표성 면에서 신뢰감이 가는 구성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행정의 공정함과 비전이다. 시는 지휘자의 공백 동안 불신을 자초했다. 지원하되 간섭은 말아야 한다. 지휘자선정위를 책임지고 있는 부산문화회관 박인건 대표는 "선정위는 현재 '문 잠그고 회의 중'이며 시와 지휘자 영입 예산 협의는 원활하게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휘자선정위원회는 곧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해 부산시장에게 최종 결재를 맡길 예정이다. 문화부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