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공자는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안회를 두고 배우기를 좋아했으며, 화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다.

공자가 그런 안회에게 진퇴의 기준을 설명했다. '자신을 써주면 그 주장을 실행하고 자신을 버리면 주장을 감추어둔다'며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공자와 안회 둘뿐이라고 덧붙였다. '논어' 술이(述而)편의 '용지즉행 사지즉장'(用之則行 舍之則藏)이다. 세상에 나서거나 칩거하기를 때에 맞춰 적절히 한다는 용사행장(用舍行藏)이 여기서 비롯됐다.

공자가 활동하던 2500년 전, 춘추시대에 써주거나 버리는 주체는 제후였다. 공자는 자신의 주장을 펼칠 제후를 만나고자 천하를 떠돌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수양에 힘썼으니 오늘날까지 공자를 되새김질하는 이유다.

19대 대통령 선거엔 유권자 3280만7908명이 한 표를 행사했다. 문재인 후보가 1342만3800표를 얻어 당선됐다. 홍준표 후보 785만2849표, 안철수 후보 699만8342표, 유승민 후보 220만8771표, 심상정 후보 201만7458표 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5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목의 대상이다. 국민이 쓰고자 선택한 의미와 그가 짊어진 대통령이란 직책이 이처럼 엄중하다.

'선거에서 2등은 없다'던 홍 후보나 '미래'를 외치며 국회의원직까지 던졌던 안 후보는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에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득표율 24.03%와 21.41%의 무게가 만만찮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암중모색의 과정을 거쳐 더 나은 대한민국에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게 선거든 선거가 아닌 다른 형식을 통해서든. 이는 유 후보나 심 후보도 마찬가지다.

술이편의 공자 가르침은 또 다른 제자로 공자 호위무사를 자처한 자로에게 이어진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려는 무모한 행동, 포호빙하(暴虎憑河)를 경계했다. 그리고 반드시 일에 임하면 두려운 듯이 신중하며 차분하게 잘 계획해 성취해야 한다고 설명였다. 세상은 돌고 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 108만498표 차로 낙선한 대권 재수생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