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는 연례행사처럼 '4월 전쟁설'을 맞이했다. 그 뿌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특히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였다. 이른바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 정상회담 직후 칼빈슨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 명령을 내려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부터 중국이 충분하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및 실험 발사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반복 선언한 터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선언함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위기 진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정상회담 일주일 후 트럼프-시진핑 전화 통화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다양한 신호가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 북한 문제만 풀어 주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는 강경한 어조를 보였다. 그러자 중국 내 여론도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다. 예컨대 "베이징은 평양의 계속된 핵 활동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학계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에 맞대항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 문제에 대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이고 평화적인 접근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적극적 대응 방식이 중국과 전략적 타협안을 찾아서 원만한 해결을 찾기를 바란다. 미중 타협안이 조기에 도출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마련돼야 하고, 그것이 동북아의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외교로 대응해야 할까? 동북아의 지정학적 조건과 북한의 도발 행위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해 강력한 '스마트파워외교'를 과감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마트파워외교는 일원성이 아니라 유연하면서도 다양성을 띤 외교술이다.

이 외교술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는 동시에 자기 이익도 고려하는 윈-윈 게임을 지향한다. 우선 우리는 무엇보다 초당적 외교를 형성해 이를 기초로 대중 외교적 압박을 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구난방식 외교는 금물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 외교는 대북 경제 협력의 길을 터주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일단 미루어 두고,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지원은 무엇보다 북한 동포의 마음을 사는 길이다. 셋째로 정권 전복을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켜 국제도덕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고 취할 수 있는 것은 유엔의 제재 결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국제공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국제공조는 중국에 압박이 되는 동시에 북한에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한국은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개방해 국제질서를 지키는 긍정적 일원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야 한다.

끝으로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북한을 다시 6자 회담장으로 유도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악을 추구하는 대신 선을 추구하는 통치술이다. 글로벌화한 세계 속에서 절대적인 안보는 불가능하고 상대적 안보만 가능하다는 상식을 인식시키자는 뜻이다. 남북한 공존의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권이 절대적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절대적으로 붕괴한다는 것을 세계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나폴레옹의 권력 추구욕(프랑스의 영광 실현), 히틀러의 영토 팽창욕(독일 생활권의 확보), 스탈린의 절대 권력욕(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 그리고 마오쩌둥의 1인 지배욕(피의 문화대혁명) 등의 사례에서도 입증되었다.

북한이 이 같은 세계역사의 교훈을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한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중국도 북한의 핵화 노선을 반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계속 자신의 노선을 고집하면 대한민국에서도 핵무기를 만들어 '핵 평화'를 추구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질 수도 있다. 비대칭적 균형을 바로잡는 길이기 때문이다.

부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