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불황으로 신음하는 부산·울산·경남 경제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동남권 자본시장의 심장 구실을 하는 BNK금융지주 성세환 회장이 주식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금융 경색 악재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엊그제 유동성 위기를 겪던 부산의 한 대형 조선기자재 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지역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해지는 상황이라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금융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검찰은 성 회장에게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인 부산은행 대출기업들로 하여금 자사 주식을 사도록 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BNK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자 기업들에게 주식 매수 권유를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를 증권 거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BNK의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 BNK는 올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시스템을 통합하고, 기업금융에 치중해 온 사업의 무게 중심을 소매금융으로 옮겨가는 한편 인도차이나 반도 등지에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면한 최대 문제는 기업금융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각각 23조188억 원과 16조6059억 원이다. 특히 부산은행의 기업 대출은 97%가 동남권에 집중돼 있으며, 법인 계좌만 7만여 개에 달한다.

급선무는 기업 등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다. 동시에 경영 공백 차단과 금융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 일단 성 회장 구속 직후 바로 박재경 자금시장본부장을 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선임하고 박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업무에 들어가는 발빠른 대응을 보인 것은 신뢰를 준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동남권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지원 등 지역 대표 금융기관의 역할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반드시 실천해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