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복지 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그저께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연금 수혜 여부에 따라 2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연금에 관계없이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소득 하위 70%, 안 후보는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액수를 올리겠다는 건 동일하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은 9.7% 수준으로 OECD 평균 20.1%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수출 위주의 성장 일변도 정책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연금제도는 20~100년, 기초생활보장제는 10~50년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민 복지 지출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복지 지출의 증가 속도에 있다. 최근 20여 년간 복지 지출 증가 속도는 OECD 회원국에 비해 배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다.

복지 증가 속도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 구조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오는 2020년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가 시작되면 노령인구가 급증한다. 반면 생산가능 인구는 2015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30년 뒤엔 1000만 명이 줄어들 예정이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이를 부양할 생산인구가 급감하면 과연 복지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회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복지 혜택은 늘려가야 하겠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야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거론된 복지 공약은 기초연금만이 아니다. 아동수당 공약만 해도 2조6000억~6조9000억 원에 이르고 청년수당이니, 군인 봉급 인상이니 수를 세기조차 힘들다. 공약에서 거론된 복지를 시행하려면 수십조 원의 돈이 든다고 하니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급증하는 복지 공약에 비해 예산 조달 방안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대선 주자들은 무차별적인 복지 공약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복지 확대가 이왕 가야할 길이라면 장기적인 로드맵부터 만드는 게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