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매립지를 중구와 동구에 어떻게 속하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올해 들어 이들과 부산시의 현안이 되면서 원도심 통합론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국에서 인구와 면적 규모가 제일 작은 구인 중구와 인접한 동구 등의 통합은 2005년 노무현 정부와 국회 교섭단체들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시도한 이후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주창되곤 했지만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부산은 1876년 개항 이후 개항장을 중심으로 구역을 확장했다. 1910년 10월 조선총독부는 종전의 동래부를 부산부로 개칭한 다음 1914년 3월 이를 사람들이 비교적 붐비는 시가지와 그 밖의 지역으로 나누어 전자를 부산부, 후자를 동래군으로 정했다. 지금 구역으로 보면 신생 부산부는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의 도심에다 그 바깥의 사하구와 남구 등의 일부를 관할하고 있었다.
1925년 4월에는 경상남도청이 진주에서 도심으로 이전해왔다. 1936년 4월에 이어 1942년 10월 동래군의 일부를 편입해 해방을 맞이하고 1949년 8월 지방자치법의 시행과 함께 이름이 부산시로 바뀐 뒤에도 원도심은 한동안 그 영화를 이어왔다. 6·25전쟁 때 밀려든 피란민 등이 행정수요를 크게 늘여 1951년 9월 시청 밑에 중부 서부 영도 부산진 초량 동래의 6개 출장소가 설치되고, 1957년 1월에는 이들을 개편해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부산진구 동래구의 6개 구청이 들어섰다. 1963년 1월에 구포읍 사상면 북면 등을 편입한 뒤인 1970년 인구 통계에서도 중구 11만 7240명, 서구 32만1336명, 동구 24만14명, 영도구 18만1607명으로 이들 원도심의 인구 86만197명은 전체 시민(184만2259명)의 47%를 차지했다.
그 이후 부산은 1978년 2월과 1989년 1월에 이어 1995년 3월에 구역을 넓혀 지금의 15구·1군 체제를 갖추었는데 원도심은 시세의 거듭된 확장에 따라 점점 쇠락했다. 1983년 7월 경상남도청이 창원으로 떠나고 1998년 1월에는 시청이 연제구로 옮겨가면서 원도심은 더욱 위축되고 시세는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등으로 동진했다. 그래서 100년 전 부산의 거의 전부나 다름없던 원도심 인구는 50년 전에는 전체 시민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20년 전에는 16%로 왜소해지더니 최근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합계 37만6090명으로 전체 시민(344만8737명)의 11%에 머문다. 이는 40만9037명의 해운대구보다 적고 37만6321명의 부산진구와 비슷하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현재 원도심 네 구는 동주민센터 46개, 공무원 2223명, 예산 7552억 원이었는데, 이보다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은 해운대구는 동주민센터 17개, 공무원 915명, 예산 4186억 원이었다. 이런 지나친 불균형은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도심 네 구의 통합 재정자립도가 13% 남짓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그 예산의 대부분은 부산시와 중앙정부에서 받은 교부금이나 보조금이라 345만 부산시민과 5107만 대한민국 국민이 부담한 셈이다. 바로 여기에 원도심 네 구의 통합을 언제까지나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일임할 것이 아니라 부산시와 중앙정부가 나서서 거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통합을 위해 최근의 청주시와 창원시의 사례에 따르면 가칭 '부산광역시 부산구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이 늦어도 내년 3월 초까지는 제정돼 6월의 지방선거를 거쳐 7월 1일에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올해 안에 원도심을 구역으로 하여 주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이들 네 구의회 및 부산시의회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원도심은 부산의 뿌리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행정관리 등의 경상비에 매몰돼 수억 원의 신규 투자예산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원도심 네 구의 재정사정인데 앞의 단순한 비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통합은 경상비를 줄이며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는 원대한 비전에 충당할 투자예산의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런 야심 찬 통합 부산구를 창설해 해운대구와 동서로 나뉘어 서로 지혜를 뽐내며 세계도시 부산의 균형발전을 추동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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