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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칼럼] 비우는 식사

평소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

과한 소유와 낭비 줄이는 '미니멀리즘' 실천 권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30 19:05: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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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권의 책을 읽다 "미니멀리즘의 원형이 바로 붓다이다"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 저자의 얘기는 이러하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소유를 줄이고 단순화하고, 낭비를 줄이되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실천인데, 이 일을 가장 선도적으로 한 분이 바로 붓다라는 설명이었다. 이와 함께 저자는 "미니멀리즘은 '유기농-공정무역-채식'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으며 풍요롭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진전된 정도로 소위 이 '비우는' 삶의 실천이 미국이나 러시아, 스페인,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 의해 일상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붓다식 미니멀리스트의 식습관에 관한 대목이었다. 솔깃한 제안들을 소개하자면 산지에서 직송된 야채나 과일, 갓 짠 기름, 방금 만든 샐러드 등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 견과류를 즐겨 먹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 긴장을 풀고 천천히 씹으면서 음식 재료 하나하나의 본래의 맛을 음미하라는 것, 식사를 할 때는 일터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하라는 것 등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대체로 한두 번 들어본 것이지만, 일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라는 권유는 좀 의아했고 또 생소했다. 그런데 여러모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법 그럴듯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허겁지겁 음식을 먹지 말라는 얘기였다. 일터에서 떨어진 곳에서 먹으라는 얘기는 물리적으로 이격된 곳에서 식사를 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식사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일터의 업무로부터 심리적으로 사이를 벌려 놓으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많은 사람이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매체들도 갖가지 요리 조리법과 맛집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 시대여서 그런지 나도 자연스레 음식 만드는 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때가 잦아졌다. 그리고 요즘은 사찰음식에 관한 자료들을 이것저것 보고 있다.

마스노 슌묘가 쓴 책을 읽으면서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마스노 슌묘는 일본 겐코지의 주지이다. 그러나 그는 선(禪)을 주제로 한 정원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다. 도쿄의 캐나다 대사관과 세룰리언 타워 도큐 호텔의 일본 정원이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일본의 사찰음식을 '쇼진요리(精進料理)'라고 부르는데, 기본적으로 눈과 코와 입이 달린 식재료를 쓰지 않는다. 고기와 생선을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마스노 슌묘가 소개한, 선종 스님이라면 누구나 경험한다는 운수 수행 시절의 식단은 흥미로웠다. 아침에는 깨소금을 살짝 뿌린 죽과 고수 나물을 조금 먹는다. 점심은 밥과 된장국 그리고 고수 나물을 조금 먹을 뿐 그 외의 반찬은 없다. 저녁은 점심과 똑같지만 별채가 한 가지 더 추가되는데 간모도키 조림 두 조각 혹은 당근이나 삶은 무 두 조각을 더 먹는다. 간모도키는 두부 속에 다진 채소나 다시마 등을 넣어 기름에 튀긴 것이다.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셈이다.

운수 수행은 1년을 하는 사람이 있고 5년, 10년 동안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음식을 준비할 때는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아서 만약 무를 먹는다면 무의 몸통뿐만 아니라 껍질, 꼬리, 이파리까지 남김없이 사용한다고 한다. 식재료의 경우에도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식재료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비싼 식재료이니까 정성을 더 보태고 싼 식재료니까 마구 아무렇게나 써버린다든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사찰음식에 대해 읽다 보니 우리나라 사찰에서 스님들이 음식을 드시기 전에 읊는 '오관게(五觀偈)'가 생각났다. 오관게는 이렇게 읊는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道)를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는다." 사찰음식은 깨달음을 위한 것이며 동시에 스스로 다스린 음식이니 한마디로 선식(禪食)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며칠 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일행이 강원도 평창 월정사를 찾아 참배하고 사찰에서 사용하는 그릇인 발우에 사찰음식을 담아 만찬을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에 수원 봉녕사에서는 우리나라 선재 스님과 일본 사찰음식의 전문가인 후지이 마리가 만나 사찰음식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가 만든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했던 정관 스님은 베니스영화제에도 공식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찰음식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분이라면 단연 선재 스님을 손꼽을 수 있다. 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인 '사찰음식문화연구'를 발표해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조계종의 '사찰음식 요리 명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나는 최근 스님을 두어 차례 뵐 기회가 있었다. 스님의 말씀 가운데 "스님과 김치와 장은 익을수록 약이 된다", "욕심내서 먹지 말라. 육식을 하지 않으면 평화로운 마음이 생겨난다" 등의 말씀이 생각난다. 스님은 근년에 펴낸 책에서 이렇게 썼다. "흙과 물, 불과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땅의 흙에서 자란 곡식, 땅속의 뿌리, 동서남북 바람을 맞으며 자란 열매, 물속의 풀, 더 깊은 바닷속의 해초…, 땅과 하늘, 바다의 광활한 생명을 우리 몸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식탁에서 계절감이 사라질 정도로 식재료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봄나물을 사철 내내 살 수 있다. 식재료의 유통에는 국경이 없다. 폭식의 시대이고, 버려지는 음식 또한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생명이 다른 생명과 연결되어 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많이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매일매일 매끼의 음식에 대한 생각, 식사법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도 싶다. 평소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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