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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성희롱에 둔감한 이들에게 /이경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27 19:41: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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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부하 직원에게 '부부 성관계'에 관해 물어보거나 '섹스리스'라서 이혼했냐고 물어본다면?

부하 직원에게 '네 허벅지가 좋다'고 한다면?

회식 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러브샷을 했다면?

수업시간 교수가 '남자친구와 자 봤냐?' '살이 그렇게 쪄서 시집이나 가겠냐' 라고 했다면?

집중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의자를 끌어와 몸을 밀착시킨다면?

이 모든 사연이 그냥 있을 수 있는 일,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아니면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생각이 드는지?

성폭행이나 성매매는 그 의미가 뚜렷하고 범죄라는 인식이 강한 데 비해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 피해자만 입 다물고 지나가면 덮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고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희롱'이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보는 직장 내 성희롱이 있을 것이며 신체적 접촉을 통한 육체적 성희롱,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등 언어적 성희롱이 있다. 그리고 외설적인 사진·그림·낙서·음란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직접 또는 컴퓨터 등을 통하여 음란한 편지·사진·그림을 보내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을 시각적 성희롱이라 한다.

'성추행'이란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을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쏟아지는 대학가 성희롱 사건이나 문화계 성희롱 사건 등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성희롱에 해당하는가 잘잘못을 따지기만 할 뿐 예방이나 본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성희롱의 본질은 무엇인가? 평등권의 침해이자 차별의 행위요, 전형적인 '갑질'이다. 즉 성희롱이란 상대방의 존재가치나 능력 등이 자신의 성보다 낮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모든 행위를 뜻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남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동성 간에도, 여성이 남성에게도, 어른이 미성년자에게도 성희롱이라는 가해를 할 수 있다.

성희롱에서 희롱은 단순히 '가지고 논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쪽이 반대쪽을 정말 힘들게 하고 괴롭힌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만하거나 자기에게 아무 저항 못 할 이유를 가진 다른 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성희롱과 같은 문제가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의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 한다. 어떠한 신분 상태로 태어났든지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본은 바로 성별에 따른 차별을 없애주는 것이다.

또 하나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로 성희롱이 흔한 조직 내에서 대처가 안일하고 그럴 수 있는 일 정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성희롱 발생 후 피해자는 주로 묻어두기 방식을 선택하고 가해자는 술김을 빙자하거나 잡아떼는 경향을 보인다. 강자가 약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폭행하는 이른바 '갑질'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하면서 성희롱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지.

그리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이를 요란하게 보도하지만, 막상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는 추가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피해자의 2차 피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는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입을 다무는 편을 선택한다. 따라서 성희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이든 직장이든 그 사회의 장에게 적절하고 정당하게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각각의 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성희롱 문제가 단순히 개개인의 잘잘못이 아닌 인권과 평등의 침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 같이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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