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나여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2 18:48:23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 날 밤 나는 차를 몰고 가다 길을 잃었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못 보던 이상한 건물을 만났다. 공사 중인 건물이었는데 안내판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 뭐야, 라고 한마디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 깜깜한 밤중,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급하게 읽었던 공사 안내 문구 중 생각나는 건 '강제'라는 단어뿐이었다. 그 후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눈을 들어 그곳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그 건물의 정체를 아는 이가 없었다.

그 건물이 지역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신문을 통해 한밤중 얼떨결에 만났던 '강제' 건물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선장도 조타수도 없이 물 위에 떠도는 배처럼 표류하던 역사관이 마침내 2015년 12월 10일 개관하게 된 것이다. 이 역사관을 부산에 설립하게 된 건 강제동원 출발지가 부산항이었고 경상도 출신 피해자가 많아서였다고 한다.

한밤중 길을 잃고 만났던 건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다시 찾게 된 건 '우토로, 남겨진 사람들의 노래' 기획전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일본의 '우토로'를 방문하고 온 터라 그곳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을 때였다. 그 어느 밤과는 달리 유엔로를 지나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유엔기념공원, 평화공원, 부산박물관과 근거리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금세 도착했다.

다소 높은 지대에 위치한 탓인지 아직 홍보가 되지 않은 까닭인지 그날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는 나 외에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넓은 주차장과 남구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담소를 나누기에 참 좋은 공간들…. 혼자 그 모든 것을 독차지하기에는 참 아까웠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이들의 사연과 편지 등을 둘러보던 중 그 무엇보다 경악한 사건 앞에서 나는 한동안 발이 묶여 있었다. 조선인 7000여 명을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가 1945년 8월 24일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침몰한 사건.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한 후 부산항을 향해 가던 배가 돌연 방향을 틀어 교토 부 마이즈루 항으로 기항하던 중 폭발과 함께 침몰했는데 일본인들은 미국이 깔아놓은 기뢰에 의해 침몰한 우발적인 사고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조선인 징용자들을 수장시키기 위한 그들의 고의적인 격침이라는 것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넘쳤다. 발표된 공식적인 사망자 수와는 달리 실제 사망자 수는 5000여 명이 넘을 것이라는 자료도 많았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조사나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향에 돌아갈 기쁨에 들떠 배를 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만 것이다.

'일본 교토에는 끊어진 하수도에서 모기가 들끓고 비라도 내리면 질퍽한 도랑이 흘러넘쳐 집 안팎이 침수되는 마을이 있습니다. 1988년에야 상수도 시설이 설치됐지만 아직도 펌프로 우물물을 길어 사용하는 집이 한 집 걸러 있는 우토로 마을입니다. 1941년 일본 정부가 교토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한 1300여 명의 조선인이 함바(밥집)를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 전쟁이 끝났지만 어떤 보상이나 조치도 없이 방치된 사람들. 편견과 차별 속에 중노동밖에 일거리가 없어 하층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기획전 전시실 안내판에 쓴 설명문을 읽고 우토로 마을과 그곳 사람들의 사진을 보았다. 얼마 전 우토로를 방문해서 보고 들었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곳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나라 잃고 당했던 치욕과 설움은 끝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은 그들뿐이 아니다. 위안부의 경우 일본 패망 후 자신들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증거를 지우기 위해 일본군들에게 살해당하기도 하고 군과 업주에게 버림받기도 했다. 귀국한 위안부 역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타지에서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기도 했다. 현재까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소녀상을 둘러싼 근래의 여러 가지 사건이 중첩돼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아무도 찾지 않은 텅 빈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나와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한 가지 생각이었다.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7. 7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0. 10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 1[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속보] 軍·유엔사, DMZ 폭발현장 조사…“추가 조사 예정”
  10. 10李 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국내 현안 산적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6. 6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9. 9"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10. 10‘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5. 5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6. 6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7. 7AG 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에 설욕하고 금…8년 만에 정상 탈환
  8. 8AG 펜싱 여자 사브르, 8년 만에 단체전 우승…결승서 일본 45-31 격파
  9. 9[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10. 10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