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과 2011년 유럽의 금융 재정 위기에 이어 아시아 각국의 경제 침체가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라는 세계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 시장 만능에 대한 맹신과 승자독식의 글로벌 금융의 폐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경제 위기는 소득과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정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 경제는 성장하는데 우리의 삶은 왜 더 힘들까? 청년들은 밤낮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데 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할까? 무엇이 이토록 힘든 사회를 만든 것일까? 이는 왜곡되고 불평등한 성장이 극심한 양극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평등은 결국에는 사회 전체를 침몰시킨다고 주장했다. 불평등은 온갖 노력과 화합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공동의 문제이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세계 경제의 지속성과 건전성을 이룰 수 있고, 이를 위한 대안이 '포용적 성장'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사회적경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사회적경제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사회적경제는 호혜와 신의를 바탕으로 이타적인 형평성과 효율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사회투자 부문, 비영리단체, 자선단체 등이 사회적경제를 구성한다. 이런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 공공부문, 공기업등과 협력과 조화를 이룰 때 글로벌 경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사회적경제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만들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조건이다.
2015년과 지난해 우리나라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엉뚱한 이념 논쟁이 있었다. 아직 법이 제정되지는 못했다. 법 제정 반대 논리를 펴는 쪽에서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부정하는 경제 기본법이라고 했다. 사회적경제의 '메카'로 불리는 영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회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집권 보수당 정부에서 오랫동안 주도적으로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왜 그럴까?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회적경제가 지난 10년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라는 것이다. 영국 '제3섹터청' 자료를 보면 사회적경제는 영국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의 5% 이상을 차지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비중은 GDP의 0.05% 미만이고 일자리는 0.1% 정도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은 사회적경제를 영국의 주요 성장 엔진으로 여긴다.
이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인 캐나다 퀘벡,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은 짧게는 50년에서, 길게는 몇 백 년에 이르는 사회적경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 선진국에서 사회적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서 민간 영리기업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의 사회적경제는 전체 기업과 고용의 10~15%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 자본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건국 초기부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의 상업활동이 있었고, 1960년대부터 취약계층 일자리제공사업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시작됐다. 1993년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 계획'이 시작됐고 컬럼비아 예일 스탠퍼드 같은 명문 대학이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선키스트 오렌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 등이 사회적경제의 가족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회적경제란 말이 생소한 게 사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데 이어 사회적경제 당사자와 관계 분야 단체가 참여한 ㈔부산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올해는 지방정부 공공분야 민간기업 등과 공동체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들 간 교류 협력을 통해 아름다운 일자리와 사회적경제 창업을 촉진하면서 '함께 행복한 부산'을 만들어 부산이 '사회적경제 특별시'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부산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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