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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탄핵 심판 이후의 대한민국

탄핵 심판 결과 승복, 박 대통령이 천명해야

분열과 갈등 조장은 대한민국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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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초침이 째깍거리며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르면 오는 9, 10일, 늦어도 13일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내려진다. 여야 국회의원 234명이 압도적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킨 게 지난해 12월 9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는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내려지면 우리의 고통은 말끔히 사라질 것인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 박근혜'는 '사인(私人) 박근혜'로 신분이 바뀌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고 정국은 급속하게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만약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가 되면 박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겠지만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동시에 대선 일정은 오리무중 상태가 될 게다.

탄핵 심판 이후 대통령 선거의 과열이 제일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과열되지 않은 선거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대선은 정치일정대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탄핵 찬반 양 진영이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순순히 승복하느냐다. 이는 대한민국과 국민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인화성이 강한 소재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폭발성 강한 폭탄의 뇌관을 갖고 불장난을 하려는 무모한 사람이 곳곳에 넘쳐 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선동하는 건 한심하다. 대한민국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서 말이다. 나라야 두 동강이 나든 말든 자신들의 주의와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오기와 편협함, 독선이 하늘을 찌른다.

이 모든 사달의 중심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그는 대국민 담화에서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으며, 검찰과 특검의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검찰과 특검, 헌재의 출두 요청을 온갖 핑계를 대며 모조리 거부했다. 대신에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와 친박 극우성향의 인터넷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급기야는 3·1절 대규모 집회 바로 전날 '박사모'에 서신을 보내 지지층의 결집을 부추긴 사람이 그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예측불허다. 탄핵 심판 전인 지금이야말로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100% 수용하겠다"고 천명해야 할 마지막 기회인데도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 그가 탄핵 인용 결정이 났을 때 무죄를 주장하고 억울하다며 박사모 지지층을 향해 울분을 토로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 국민의 15%를 차지한다는 열혈 박사모 지지자들의 우국충정(?)이 어떻게 표출될지 걱정된다.

이미 광장에선 혐오의 말들이 넘쳐난다. 섬뜩한 언어와 구호가 난무하고 핏발 선 눈초리가 번득인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편가르기가 광장을 지배하고 있다. 열린 공간, 소통의 현장, 민주주의와 통합의 상징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의사구조와 결사투쟁 주장만이 광장을 지배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일 것"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사람들은 북한 인민들"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탄핵 찬성 촛불은 종북 좌익 빨갱이, 태극기 세력은 애국 의병이라는 주장이 난무한다. 피 흘리는 순교적 각오로 '태극기 십자가 전쟁'을 벌이자는 기독교 단체도 나왔다. 대리인단 조원룡 변호사는 "탄핵이 인용되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는 황당한 주장도 한다. 국회 해산, 특검 구속, 헌재 해체는 단골 구호다.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시위를 하는가 하면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집 주소와 단골 미용실까지 공개했다. 테러를 부추기는 도를 넘어선 행동이다. 일부 극우단체 게시판에서는 "암살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할복단을 모집한다. 준비물은 회칼, 흰 장갑, 유언장이다" "특검 목을 쳐야 한다"는 등 극단적 행위를 선동한다.

탄핵 찬성 측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탄핵 기각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반응이다. 탄핵이 기각되면 민주노총은 총파업, 농민단체는 농기계 시위, 학생들은 동맹휴업 등을 예고하고 있다. 혁명을 외치는 목소리도 높다.

사상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절대다수 시민도 놀라울 정도로 차분히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누리는 권리이고 우리 국민의 힘이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 헌재의 판단이 자신의 의사와 맞지 않는다고 해체를 주장하는 건 자기부정이다. 암살을 부추기고 테러를 조장하는 건 범죄행위다.

지금은 탄핵 이후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릴 때다.

논설주간 so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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