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사 자체가 워낙 이합집산의 역사이다 보니 늘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을 수밖에 없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민주'나 '자유' '국민' '통합' '한국' 등의 대표 단어를 얼기설기 앞뒤로 엮어 돌려막기식으로 바꿔 썼다. 그러다 이후에는 '새누리' '한나라' '새정치' '열린우리' 등 한글 정당명이 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최근에는 '더불어' '국민의' '바른' 등의 수식어로 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트렌드다.

한글 정당명이 점차 늘어난 것은 비슷비슷한 기존 정당명에 국민들이 식상해했기 때문일 터. 처음엔 어색하긴 했어도 자꾸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익숙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 정당명의 치명적 단점은 곧잘 이름을 뒤튼 패러디의 제물이 된다는 점이다. 새누리는 헌누리로, 한나라는 딴나라로, 새정치는 헌정치로, 열린우리는 닫힌너희 등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분리된 바른정당도 이런 패러디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일부 소속 의원이 청문회에서 송곳 같은 추궁으로 스타 반열에 오르긴 했어도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바른정당 당명 공개 모집 때부터 네티즌들은 '박근혜내란공범당' '다시새누리합칠당' '이제안속는당' '바꿔도똑같당' 등의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예상이 맞아들어가는 걸까. 별거 3개월째로 접어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재결합설이 솔솔 나오는 모양이다. 두 당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대선 전에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각각 나오고 있다는 것. 당명 또한 두 당에서 하나씩 따와 '바른한국당'으로 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말까지 나돈다.

두 당은 분당 이후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미래는 결코 알 수 없는 일. 하지만 설혹 재결합하더라도 '바른한국당'이라는 이름만큼은 아닌 듯하다. '바르다'라는 '한국' 말을 이토록 더 더럽힐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