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공부 잘하는 친구를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열등감이다. '아,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나 봐'라는 그 생각 하나가 공부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뚝 떨어트린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그것이 사실도 아니다. 그 순간의 결과, 주변 어른들의 평가로 인해 스스로를 잘못 판단하고 만다.

또 흔한 사례가 일부 어른 혹은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 스스로 '아! 나는 인기 없는 사람이구나, 사랑받을 만한 점이 없나 봐'라고 단정하는 경우다. 그래서 어릴 때 부모의 차별이나 표현 부족으로 아이들 스스로 왜곡된 이미지를 갖는 경우도 참 많다.

조금 더 성장한 후에는 이성에게 고백한 후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 이성을 대할 때 위축되는 경우도 많다. 그저 서로 취향이 어긋난 것일 뿐인데 상대의 거절을 자신의 열등함으로 인식해버린다. 혹은 연인이 된 후에 최선을 다해 사랑했는데 상대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고 해서 '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면 떠나는구나. 앞으로는 마음을 다해서 정을 주지 않을 테야'라며 마음을 단정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처음엔 회사와 상사, 그리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배신을 당한 경험을 하고서는 상사나 고객 전체를 불신하고 항상 배신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흔히 겪는 사회적 변화 중의 하나가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했던 부정이나 부패 인식도 다른 사람들이 다들 하니까 '나 하나 혼자 깨끗하겠다고 해봐야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마음으로 바뀌는 경우다.

위에 소개한 상황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흔히 경험하는 순간들이다.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싶지만 우리의 주변 속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순간에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 꺾이는 유형과 나의 신념이 더 강화되는 유형이다. 신념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지게 된 '세상을 보는 눈'이 신념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대해야 돼' '우리는 서로 믿고 사는 공동체야' '내가 최선을 다하면 상대방도 나의 진심을 알게 될 거야' '도덕적으로 어긋난 일은 하면 안 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나 상처가 되는 말은 하면 안 돼'와 같이 어릴 때부터 기본적으로 다 알던 것들이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합리화로 이런 신념들을 잃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소중한 신념을 잃어 가고 있을 때, 그것을 잃지 않고 지켜 내는 힘. 그것이 훨씬 더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신념들을 잃게 만드는 상황과 마주쳤을 때가 시험의 순간이다. 그 순간에 마음속의 선한 믿음을 잃지 않고 지켜 낼 수 있다면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위대한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어릴 때 당연하게 생각하던 그 신념을 잃지 않고 고이 지켜낸 사람이 바로 위대한 사람이다. 어릴 때 가지고 있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위대한 어른이다. 그 수많은 시험의 순간에도 순수한 신념을 잃지 않고 지켜낸 모든 어른에게 존경의 찬사를 보낸다. '잃지 않는 힘'이 특별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공감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