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가 없었다면 독일의 문학과 예술이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감을 주고 창작 모티브가 된 인물은 어디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악마와 영혼을 걸고 내기를 했다는 전설 속 인물 파우스트는 사실 16세기 게오르크 파우스트란 이름으로 실존했다는 게 정설. 신학과 자연철학을 공부한 연금술사로 기적을 자랑하고 다니면서 주목을 끌었으나 결국 악마에게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괴테를 만나면서 초절정에 이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한 후 괴테는 잠깐 매너리즘에 사로잡힌다. 그러다 전설처럼 다양하게 분화한 파우스트 이야기에 꽂혀 60년이라는 전 생애에 걸쳐 희곡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인간의 모든 지식을 깨우치고 허무에 빠진 파우스트 박사를 유혹해 부와 쾌락을 제공하고 대신 그의 영혼을 사는 메피스토(Mephisto)는 괴테로 인해 독일 악마의 대명사가 됐다. 인간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려는 기독교 사탄처럼 그려지는 게 메피스토다. 한국의 도깨비처럼 유명하기에 메피스토는 연극 등 소재로도 즐겨 쓰인다. 특이한 건 무기에도 활용돼 '메피스토 폭탄'이 있다는 점. 최근 심심찮게 듣는 타우러스(Taurus)는 독일과 스페인이 개발한 공대지유도미사일이다. 여기에 2개의 지능형 탄두가 장착돼 있는데 그 별칭이 메피스토다. 관통탄두가 지하 구조물에 구멍을 내면 침투탄두가 내부에서 추가 폭발을 일으켜 특정 지점을 초토화하는 방식. 전투기에서 쏘면 3중 항법 장치로 날아가 반경 3m 이내로 목표물 타격이 가능하다 한다.
그제부터 한미 독수리훈련이 시작됐고, 오는 13일부터는 키리졸브 연습이 병행된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무기가 동원될 예정. 김정은도 "싸움 준비를 강화하자"며 군을 시찰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규모도 규모지만 김정은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훈련이 처음 실시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북한 지휘부 타격용으로 작년 12월부터 독일에서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타우러스 미사일의 첫 실사격 훈련을 오는 5월 초 서해 상공에서 한다는 게 군 계획. 위력적인 발사 장면의 인터넷 생중계도 검토 중이라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했던가. 이복형을 화학무기로 살해하며 악마의 발톱을 드러낸 김정은에게 악마 메피스토가 실린 타우러스는 딱 제격이다.
변영상 수석논설위원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