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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금한령(禁韓令)은 중국에도 손해다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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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27 19:17:0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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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들의 중국 진출이 미뤄지고 있고, 한중 간 방송제작 분야 협력이나 한류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도 연기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의 중국 순회공연에 이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의 공연도 무산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비록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문화교류 제한 조치가 대중적인 한류문화에 더하여 클래식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중국의 조치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키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바꾸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을 확대할 것이며, 중국의 소프트 파워 증대와 문화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지도부가 등장한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국가목표로 내세우며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외정책을 취해왔다. 미국에 대해서는 신형 대국 관계를 주장하면서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호혜 공영을 도모하자고 해왔으며, 이웃 국가들에게는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러한 동반자 관계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공공외교의 핵심이 되었으며,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은 이를 구체적으로는 추진하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세계적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발전 이외에도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좋아하고 중국의 정책을 지지하게 하는 소프트파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깊은 한국과의 인문분야 협력에 큰 비중을 두어 왔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과연 옳았는지 또는 결정 과정이 바람직스러웠는지에 대해서는 한국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찌 되었건 한국민들은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만한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의 압력에 의해서 연기되거나 번복되는 데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문화교류 제한과 같은 한국에 대한 압박은 한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중국의 대한(對韓) 공공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며, 중국이 주변국에 펼치는 동반자 외교 방침에 대한 이웃 국가들로부터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하여 만일 경제보복 조치가 보다 가시화되어 한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고조된다면, 한국의 대외관계가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화는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 한국 드라마 '도깨비'가 음성적으로 중국에서 널리 전파된 것에서 보듯이 정부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조치를 하여도 우회해서 흐르게 마련이며, 오히려 시장만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 문화상품에 대한 한국의 시장개방이 하나의 좋은 사례이다. 한국은 과거 국민의 반일정서에 기반을 둔 국내 문화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8년부터 단계적으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 조치를 하였다. 당시 한국 내에서는 일본에 의한 한국문화시장의 잠식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하기도 했지만 결과를 보면 한국문화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에 일본 문화의 장점을 배운 한류가 크게 성장하였으며, 그로 인해 다수의 한국 가수들이나 드라마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정치문제를 이유로 국내 문화산업 시장을 보호하기보다는 개방을 통하여 외국기업들과 충분히 경쟁하고 협력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국의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북극성-2'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보듯이 북핵 문제는 계속 악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의 지역 내 군비경쟁을 비롯한 힘겨루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간에 안보문제를 둘러싸고 제2, 제3의 사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한국과 중국은 향후의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 안보문제를 경제 사회문제와 분리하여 다룬다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중국의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와도 부합될 것이다.

동서대 석좌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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