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송문석 칼럼] 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

문화 예술 사드 보복, 중국 자해행위일 뿐…군사 경제력만으론 G2 글로벌 리더 안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중국인들의 허풍과 거품은 알아줄 만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산더미처럼 주문한다. '먹을 만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능력과 배짱은 이만큼'이란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값이면 베이징 올림픽을 한 번 더 치를 정도라는 얘기도 있다. 대륙풍의 원대한 기질을 보여주는 거라고 하지만 허풍선이 같다.

중국 선양의 한 뒷골목. 백두산 가는 길에 들른 도시의 허름한 화장실 벽에 붙은 문장에 빵 터지고 말았다. '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향전일소보, 문명일대보)'. 우리 식으로 풀이하자면 '한 발짝만 다가서면 우리도 문명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쯤 되겠다. 우리나라 남자 화장실에 붙은 '한 걸음만 더'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와 비슷한 구호다. 구체적으로 설명 못 해 여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자들은 이 의미를 안다.

비위생적인 공중 화장실 문화를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소변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문명까지 들이대는 모습에서 그들의 뻥을 또 보는 것 같아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아의 병자'였던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됐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 사망 20주년이 되는 날이 바로 이틀 전이었다.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은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이제 중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掘起·큰 나라로 우뚝 선다)를 외치며 15억 중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과 군사력, 경제력을 앞세워 보란 듯이 전 세계를 휩쓸 기세다. 아프리카에서 남미, 중동, 심지어 뉴욕과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에 중국 자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군사력은 동중국해를 거쳐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미국 사드 포대는 한중 간 최대 현안이다. 우리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일환이라는 반론도 부인할 수가 없다. 성주의 사드 사거리가 서울에도 못 미치는 200㎞에 불과한 점은 대북 방어용이라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일본에 배치된 극초단파 레이더와 연동돼 동북아 지역 상공에 중첩된 감시망을 형성함으로써 공중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하는 삼각점의 하나라고 분석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이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중국은 늑대의 사냥권 안에 갇힌 순한 양에 불과한가. 가당치 않다. 중국이 산둥(山東) 성 라이우(萊蕪) 시 부근 제822여단에 탐지거리 500㎞ 이상의 JY-26 레이더를 배치해 오래전부터 한반도 서부지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헤이룽장(黑龍江) 성 솽야산(雙鴨山)과 푸젠(福建) 성에 설치한 안테나 크기 30×24m, 탐지거리 5500㎞의 대형 X밴드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과 서태평양 일대를 샅샅이 감시 중이다. 지린(吉林) 성 퉁화(通化) 시 인근의 제816여단, 산둥 성의 제822여단, 랴오닝(遼寧) 성 전략지원군 예하 3개 유도탄 여단 등이 보유한 둥펑(東風) 계열 탄도미사일 수천 기는 한반도 쪽을 겨냥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옳네 그르네 따지는 건 오늘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중국이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한 채 거대한 소비시장과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순수 문화예술 부문에까지 보복 조치에 나서는 행태가 치졸하고 옹졸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분위기가 감지될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중국판 '나가수'로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황치열이 짝퉁 '아빠 어디가'에서 촬영분이 통편집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싸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고,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유인나는 하차당했다.

보복은 대중문화에서 순수 예술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립발레단 김지영 수석무용수의 4월 발레공연이 무산됐는가 하면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중국 공연도 없던 일이 됐다. 뚜렷한 이유도 없다. 공연을 취소한 배경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들은 공연 스케줄이 몇 년씩 밀려 있는 세계적 예술인이다. 중국 공연 못 한다고 명성에 금이 가는 것도 아니다. 공연을 못 봐 손해 보는 건 중국인들이고, 세계 문화예술계에 미개국가로 낙인찍히는 건 중국이다. 순수예술에까지 빗장을 치는 건 문화적 자해행위다. 이런 식이라면 세계 유명 예술인 누가 중국에서 공연한다고 나서겠는가.

중국은 덩치와 힘은 커졌지만 행동은 유치하고 거친 통제 불능의 중학생 같다. 돈은 많은 데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졸부도 연상된다. 중국은 G2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화장실에서 오줌 잘 눈다고 하루아침에 문명국가가 되는 건 결코 아니다.

논설주간 song@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