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은 한 해 미국에서 상영된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1929년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 200여 명이 1회 행사를 열고 12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미미한 출발이었다. 저녁식사 정도의 모임에서 앞으로 잘해보자며 한 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 게다. 오스카(Oscar)는 아카데미가 주는 트로피. 전 세계 연예 관련 시상식에서 가장 유명한데 왜 오스카로 명명됐는지부터가 신비주의다. 초창기 시상식 관리자 중 한 명이 "내 삼촌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한 데서 비롯했다는 등 설이 분분하다.
흥미로운 건 오스카를 품은 여우주연상 배우들 사이에 가정 파경이 눈에 띄게 많다는 점. 지난 12년 동안 오스카상 여배우 12명 중 9명이 이혼을 했으니 '오스카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만하다. 오스카의 저주는 애정전선 문제뿐 아니라 여배우들의 흥행 부진 징크스로도 작용해 수상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이런 이유로 2005년 케이티 홈즈 같은 여배우는 아예 오스카상 수상을 거부하고 사랑을 선택했다. 어쨌거나 오스카상은 가치가 높아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작품상 트로피의 경우 마이클 잭슨이 154만 달러(17억여 원)에 경매받은 기록도 있다.
상업성을 띤 할리우드 영화 주축의 아카데미와 달리 칸, 베니스, 베를린은 다국적 고품격 예술영화 위주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진정한 작품성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는 1932년 시작된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1946년 프랑스 칸영화제가 만들어졌는데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하면서 국제영화제의 메카로 부상했다. 2000년대 이후 독주체제인 칸에서 전도연이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전도연이 '칸의 여왕'으로 불렸듯 '영화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여우주연상이다. 10년 만에 또다시 낭보가 들려왔다. 이번엔 독일에서다. 3대 영화제 중 가장 늦은 1951년 시작해 올해 67회를 맞은 베를린영화제의 주인공은 김민희였다. "오늘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다"는 울먹인 수상소감이 아름답다. '베를린의 여왕' 탄생은 영화 한류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터. 연인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다음 달 국내 개봉 예정이다. 김민희는 홍 감독과의 얘기인듯 사랑과 삶에 관해 질문하고 번민하는 영희로 열연했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겠다.
변영상 수석 논설위원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