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보의 수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보에 갇힌 물을 최대한 내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다음 달까지 두 달 가량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합천창녕보 등 일부에 시범운영한 뒤 4월부터 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가뭄·홍수 대비와 수질 개선을 위해 보를 설치했는데 매년 녹조 등 수질 오염이 더 심해지자 4대강 사업 정책 기조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22조 원이나 투입된 4대강 사업이 결국 실패였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보의 폐해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 왔다.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호수처럼 변해버린 강에서 물고기 폐사가 잇따랐다.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발생해 낙동강의 경우 식수원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녹조가 발생하는 6~7월에만 일시 방류를 하는 등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일시 방류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한도를 늘려 시기에 관계없이 연중 필요할 때마다 방류하기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4대강 보와 관련된 정책 기조를 바꾸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낙동강의 경우 보 방류량만 늘린다고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낙동강 하굿둑 또한 유속을 저하시키고 수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인 탓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하굿둑 수문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서병수 부산시장까지도 이에 가세한 바 있다.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보 방류와 하굿둑 수문 개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염분 피해 운운하며 여지껏 하굿둑 전면 개방을 반대해왔다. 하굿둑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다는 2차례에 걸친 환경부 연구 용역 결과마저 애써 부인하며 완강한 입장이다. 국토부의 이런 태도는 4대강 사업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 4대강 사업이 실패였다는 것을 자인한 만큼 하굿둑 개방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보 철거 등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뒤따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