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인체 해부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해부학과 교수로 초빙된 그는 1543년 유명한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란 저작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해부학 저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저자 스스로 인체를 해부해 만든 최초의 현대적인 해부학 대작으로 꼽힌다.

의학의 발전이 인체 해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은 사람의 몸을 해부하는 것은 절대적인 금기였다. 현대의학이 발전한 서양조차도 고대 알렉산드리아에서 기원전 280년 무렵부터 20여 년간 주로 사형수 해부를 허용한 것 말고는 공식적으로는 금기였다. 그러다 12세기 들어 이탈리아에서 금기가 풀렸고 이후 해부 사례가 늘어났다.

서양에서 해부가 허용됐다고는 해도 시신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다보니 불법적으로 시신을 구해 해부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베살리우스 또한 공동묘지를 파헤치거나 교수형에 처해진 시신을 훔쳐 해부하기도 했다. 현대 해부학의 뼈대를 세웠기 망정이지 요즘의 의료윤리 측면에서 보자면 비난을 받을 만하다.

현대에 들어서도 의학 교육 및 연구를 위해서는 이른바 '카데바(cadaver)'라 불리는 해부용 시신 확보가 필수적이다. 주로 무연고자나 기증자의 시신에 의존하다보니 늘 숫자가 부족하기 마련. 특히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의학 발전을 위한 시신인 만큼 망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은 의료윤리적으로도 필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대 해부학교실에는 기증자 추모시설이 있고 실습 전 감사의 의미로 묵념을 하는 등 예의를 갖추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의대생도 아닌 현직 의사들이 해부 실습을 한 카데바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시끄럽다. 한 의과대 해부학교실에서 교수가 개업의 4명과 족부 교육 워크숍을 한 뒤 수술용 가운을 입고 나란히 카데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시신 앞에는 해부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발까지 드러나 있다.

이를 두고 "의료윤리를 저버린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는 의료윤리를 넘어 개인윤리의 문제다. 시신을 절도하기도 한 베살리우스는 의료윤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인류를 위한 필생의 연구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팔짱까지 낀 일부 의사 뒤편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카데바의 발이 안쓰럽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