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참새 한 마리가 굴뚝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왔다. 창문 밖으로 세상이 보이자 잽싸게 날아갔다.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흔들린다. 순간, 멍 하니 혼이 뜬 느낌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참새가 창문을 향해 날아가지만 굉음과 혼돈의 연속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이 모양이다. 오긴 왔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나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 사방이 분간되지 않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들어온 굴뚝으로 나가든지, 그도 어려우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를 누군가의 기획이며 거짓말로 쌓아올린 산이라 했다. 태극기집회는 민주주의와 법치 수호라 추켜 세웠다. 대통령 변호인단의 중대 결심 운운까지. 거기에다 최 씨는 특검이 삼족을 멸하고 가족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단다. 자유민주주의도 입에 올렸다. 계엄령, 촛불반란군은 또 무엇인고. 다이빙벨, 세월호 반대 집회 지원은 또 무슨 논란인가. 굴뚝 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참새들의 절규인가. 양을 잡아먹으려던 이리가 목동에 쫓겨 달아났다. 그 이리가 왈, 목동은 자유의 파괴자라 했다. 대통령과 최 씨의 행태가 꼭 그 꼴이다.
청와대 굿, 향정신성의약품은 또 뭔 말이며, 대통령 누드 풍자와 SNS폭탄은 또 뭔 짓인가. 길을 잃기는 여기도 저기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80만 명 고용, 군 복무 1년, 서울대 폐쇄…. 대중 영합주의가 시방 판을 친다. 지금 필요한 건 뺄셈인데 자꾸만 덧셈만 한다. 모래성을 쌓았다, 허물었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이러이러한 건 안 하겠다는 것만 못하다. 자유를 더하기보다 빈곤, 불안, 공포를 빼겠다고 하라. 그러면 만사가 형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장대 위에 둥지를 튼 형국이다. 집안에 갇힌 참새가 아니라 마당에 세워진 장대 위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른다. 이른바 대세론이 십팔번이다. 스스로 신명이 나 매일매일 노래 곡목도 바꾼다. 휘황찬란하긴 한데 어째 그 장대가 위태위태해 보인다. 갖가지 이슈를 선점했지만 마냥 좋기만 한 걸까. 비바람이 몰아치면 둥지가 온전할 수 있을까. 숙련된 선장이 되려면 희망의 거품을 만들어선 안 된다. 폭풍우에 저항하는 무모함보다 파고를 넘을 지혜가 필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타월을 던졌다. 굴뚝으로 돌아갈 길도, 우회로도 찾지 못했다. 한때는 인기 순위 1위였다. 한데 노래 곡목이 한정되다 보니 미끄럼을 탔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려했으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정치를 잘 몰랐다. 성찰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 지지도의 확장에 실패했고 갑자기 나타난 참새에게 자리도 뺏겼다. 해서, 깨끗히 승복했다. 일단 모양새는 신선하다. 안철수의 던짐과 대비되긴 한데 뒷날은 더 지켜봐야 한다. 자기를 버리고 온전히 던지면 솟아날 구멍은 남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주방을 차지한 느낌이다. 대선 후보 사퇴, 통합민주당 합당에서 국민의당 창당까지 역정을 거쳐왔다. 정치의 일각은 차지했지만 과정이 울퉁불퉁했다. 파랑새, 햄릿의 이미지는 벗었지만 동시에 거품도 빠졌다. 지지도의 하락은 곧 정치적 확장성의 제한을 의미한다. 그래도 방 하나 차지하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활로를 찾기 위해 주방에 자리를 잡았다. 언제든 기회가 보이면 밖으로 나가 푸른 하늘을 날겠다는 의지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방 하나를 차지하는 걸로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세력을 결집해야 창문이라도 부수고 나갈 수 있다. 한데, 그 한계가 점차 현실로 굳어질 조짐이다. '정치 교체' '국민 통합'을 이야기했지만 메시지가 정확하지 않다. 이 방, 저 방 논의는 많지만 아직 방향성조차 정하지 못했다. 말은 잘하는데 곱씹으면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오리무중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초기 행보와 닮은꼴이다. 원심력의 인물인 그가 구심력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안철수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까. 두고볼 일이다.
누가 먼저 활로를 찾을 것인가. 이게 참새 열국지를 보는 핵심 포인트다. 굴뚝을 찾는 것은 문제가 생긴 원인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서 문제가 뭔지를 확실히 알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굴뚝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 우회로라도 찾아야 창공을 날 수 있다. 우회로를 찾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렵다면 어찌 해야 하나. 창문을 부수든지, 하여튼 장벽을 걷어내야 살 길이 생긴다.
그래, 아예 장벽을 깨뜨려 버리자. 그러려면 어설픈 봉합이나 타협은 거부해야 한다. 누군가 통합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그걸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다시 서려면 철저히 망해야 한다. 불합리와 부조리와 불평등과 부당함을 깡그리 걷어내야 한다. 어제의 그 허튼 일들을 모두 걷어내고서야 비로소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다. '생선을 삶는데 수저를 너무 휘저으면 뭉개진다'고 했다. 손질, 입질을 줄여야 활로가 열린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