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나 사건을 잘못 전달하는 오보는 의도적이기보다 취재 부족, 촉박한 시간, 기자 과욕으로 생산되는 경우가 적잖다. 없는 일을 만드는 조작 기사와는 엄연히 다르다. 자주 거론되는 희대의 조작 기사가 몇 있다. 오키나와 산호군락의 'K·Y' 낙서 사건(아사히신문), 캄보디아 게릴라 지도자 크메르루주 현지 르포(뉴욕타임스), 히틀러 일기장 발굴 사건(슈테른지) 등이다. 모두 기자가 꾸며낸 사기다. 요즘 같은 실시간 정보망 시대에서 이런 조작 기사는 패가망신을 각오하지 않는 다음에야 시도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각국 인사가 기존 언론의 오보나 편파 보도, 조작 기사도 아닌 '가짜 뉴스(Fake News)' 때문에 큰 봉변을 당하고 있다. 진짜 뉴스와 형식도 같고 그럴싸한 사진과 영상도 첨부돼 언뜻 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 생산지도 좀체 알 수 없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대표적. '메르켈 총리는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다' 등 가짜 뉴스로 4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가짜 뉴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본격 불거지기 시작했다. 힐러리와 민주당 인사들이 워싱턴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속칭 '피자 게이트'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를 낳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도 유권자를 현혹했다. 조사를 해보니 선거기간 주요 언론의 진짜 뉴스(736만 7000건)보다 가짜 뉴스(871만1000건)가 훨씬 많았으니 이 때문에 힐러리가 패했다는 말이 나온다.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가 유통되기 좋은 환경이어서 삽시간에 퍼져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페이크북'(fakebook)' 오명을 뒤집어쓴 페이스북(Facebook) 마크 저커버그가 인공지능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하고 나설 정도.
우리나라도 조짐이 심상찮다. 누군가 퍼트린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 의혹'이 가짜 뉴스라는 것.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가짜 뉴스에 속았다고 공격했다. 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노동신문을 언급하며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것이 '가짜 노동신문'에 근거했다는 것. 가뜩이나 온갖 말이 난무하는 대선 국면이다.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면 더는 확산이 안 되도록 경고 메시지를 표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변영상 수석논설위원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