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큰일 났어요. 저 어떻게 해요. 정말 꼭지에 잡은 거예요?"

지난해 여름 인천 청라지구에 약 3000만 원 정도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했다는 신문사 후배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딱히 해줄 이야기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짧은 통화로 상담할 그런 대화 주제도 아니었다. "너 거주 목적으로 구입했잖아. 내년 초 입주까지는 아직 시간 있으니까 지켜보자. 나도 알아볼게."

신년 들어 정말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동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앞서 후배처럼 분양을 받고 입주를 기다리는 있는 처지에 있다. 요즘 워낙 부동산에 대한 비관적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인 듯하다. 이럴 땐 나도 맘이 참 불편하다. 뭐라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난 다음의 3가지 관전 포인트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들이 현실화되는지를 따져보라고 말하고자 한다. 어쩌면 의외의 반전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공급과잉' 이슈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2017~2018년 2년간 전국에서 약 80만 가구(오피스텔 포함)의 입주가 몰려 있다. 올해 37만 가구, 2018년에는 41만 가구의 물량이 풀린다. 건국 이래 최대치로 공급폭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집값이 단기간 무조건 10~15%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자들이 가장 밀고 있는 논거이기도 하다.

둘째는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 이슈이다. 1300조 원의 국내 가계부채의 65% 정도는 부동산과 연계돼 있다. 이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가 찾아왔고, 시중금리와 대출금리가 튀어 오르면 대출 원리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계가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팔려 하면 급매물이 쌓이고 결국 부동산 대하락기가 찾아온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조금 거시적인 분석이긴 한데 바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이다. 이미 지난 2015년 기준 1인 가구가 520만 가구(약 27%)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주 형태가 됐다. 여기에 올해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순감(純減)하는 첫해이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절대치가 유소년 인구(0~14세)를 추월하는 첫해이기도 하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충격, 일명 '에이지-퀘이크(Age-quake, 인구지진)'에 부동산은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투자자산이 된다. 그렇다. 이런 3대 관전 포인트를 보고 있으면 작년에 아파트를 구입했던 사람들은 긴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이런 부동산 악재들을 피할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주식투자 용어이긴 하지만 '알려진 악재는 더는 악재가 아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단 시작은 금리 인상 이슈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전망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3번도 올리지 못한다면, 한국은행은 상당히 숨통이 트인다. 금리 인상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다. 경제가 어려운 데 국민 괴롭히려고 금리를 인상하는 중앙은행은 없다. 그래서 올 한 해 시중 부동산담보대출금리를 연 4%대에서만 막을 수 있다면 부동산은 하방경직성이 생긴다. 또한 공급폭탄 이슈 역시 2018년 10월까지 급락이 아닌 '조정'으로 버텨낼 수 있다면, 2019년부터는 공급 부족 시대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인플레이션' 변수도 있다. 소득 증가 없는 인플레는 최악이지만 아직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친다. 미국발 긴축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자칫 자산가격 버블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0~2015년 영국 부동산 대폭등에는 러시아 자본, 화교 자본, 그리고 이슬람 자본들의 돈 잔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어떤 반대 논거에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출산율 1.24명인 국가에서 부동산 투자를 말하는 건 난센스니까. 올해의 부동산 시장은 결국 앞서 언급한 3대 관전 포인트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댈 것으로 본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울고 웃을 것도 같다.

신문사 후배는 결국 나를 찾아왔다. 얼큰하게 취한 술자리에서 후배는 역시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고 "선배, 제발 긍정적인 이야기 딱 한 가지만 해줘요, 한 가지만!"이라고 날 재촉했다. "집값의 등락도 중요하지만 주거비도 생각해야 해. 선진국이든 중진국이든 소득 중 주거비가 30%는 넘어. 그러니까 그만 괴로워해라. 넌 실제 거기서 살 거잖아. 매달 원리금 내는 거 주거비라고 생각하고 버텨." 어떻게든 위로(?)는 된 것 같다. 아직 연락이 없으니까 말이다.

경제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