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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미래를 위한 선택

한국의 앞날을 '시나리오 플래닝' 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미래 대응전략에 시대정신을 구현한 이를 국민은 원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29 18:56:3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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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따라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은 '헛발질'이 잦았다. 대다수가 부결을 예상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는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를 예상한 언론은 아주 드물었다. 미국 CNN방송은 투표 전날 클린턴 후보가 91%의 지지율로 당선할 거라고 발표했고, 국내 언론도 이 예상을 마치 '기정사실'처럼 보도할 정도였다.
통계 조사를 위한 '표본 선별'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희망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걸까. 지난 7월 8일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국내 전문가와 언론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8월 70%, 9월 23%에 이르렀고, 그 뒤로도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했다.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추세 연장'이란 것이 있다. 현재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 데서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를 잇는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리처드 왓슨 또한 현재의 연장 선상에서 미래를 예상하는, 단선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단선적 분석은 다양하게 쏟아질 사건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측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추세 연장의 함정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학자인 리처드 왓슨과 시나리오 설계자인 올리버 프리먼 시드니기술경영대 교수는 한목소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안한다. 요점은 간단하다. 미래가 '여럿'인 만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풀어놓고 각각의 대응전략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또 시나리오들의 상호 관계와 영향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물론 말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국내 정치인들은 이처럼 한국의 앞날을 세계정세 속에서 입체적으로 고민하느냐는 것이다. 현 시국에 묻힌 탓도 있겠지만 미국 차기 정부의 세계 전략에 따라 요동칠 한반도 정세와 미래 산업 지형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발표하는 국회의원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고작 한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인사들을 찾아가 '박 대통령은 이제 대표성이 없고, 당신들의 대화 상대가 아니다'란 얘기나 했다. 이것이 세계 6위 수출 강국에 걸맞은 국회의원 수준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내에선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해외에선 오히려 나라가 끄떡없다고 말해주는 것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의원의 외교적 자세가 아닐지. 또 국내 소식을 미국에 전하기보다는 미국의 복안을 하나라도 더 알아오는 것이 비싼 세비를 들여 방문한 값어치가 있는 게 아닐지.

이러니 한국 정치인이 '우물 안 개구리'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반도 속에서, 그것도 분단된 남쪽에서 권력 쟁취에만 눈이 멀었다는 인상을 준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의 분당 소식에 별로 관심이 끌리지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금 미국과 중국은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에 따라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겠다는 기업이 늘자 중국이 감세 공세로 기업을 붙잡겠다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럼, 한국 보수 정당은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나. 이미 야당들은 대기업 법인세 인상과 규제 강화를 내걸었다. 반면 '보수신당 투톱'이라는 두 의원은 법인세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보인다. 그런 한편 새누리당과 보수 신당이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거나, 충돌했다는 소식은 없다. 보수 신당은 진짜와 가짜 보수를 가리겠다고 호언하지만 이것이 정말 '보수 경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은 법인세 대폭 감면(35%→15%), 해외 유보 수익금의 국내 환입에 저율 과세 적용, 해외공장의 국내 회귀에 세금감면을 내세운다. 중국은 부가세·소비세 인하, 사회 보험료의 기업 부담 완화, 18종의 기금 징수 폐지, 산업용 전기 요금 인하를 내세운다. 이 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미지수이지만 당장 '애플'부터 미국으로 공장을 옮긴다 하니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볼 일이 아니다.

우리도 이참에 대기업 공장들의 국내 회귀를 유도할 방안을 고민해봄 직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기업 성장의 '낙수 효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이 사내 유보금 활용과 일자리 문제 완화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공장이 국내로 돌아오는 방안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격론을 기대한다면 무리한 바람일까.

한편 미국 차기 정부는 북핵 제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UN)에 이어 유럽연합도 북핵에 대한 독자적 제재를 강화했다. 이 상황에 야당들은 개성공단 즉각 재개를 내걸었다. 어쩌면 '거의 전 세계'와 갈등을 빚을 것도 같은 대목이다. 국제 관계에서 고립되지 않고 남북 관계를 주도할 묘책이 뭔지 궁금하다. 진보 정치는 어떤 시나리오를 마련할까. 또 보수 정치는 남북 관계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릴까.

■미래상의 대결

내년이면 '진실의 시간'이 찾아온다. 국민 앞에 명쾌한 비전을 내놓아야 할 시기다. 더는 '전략적 모호성'도, 정치 공학도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누구나 시대정신을 말하지만 시대정신을 미래 대응전략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이 할 일이다. 또 정치인이 잘못 예측하는 것을 막기 위해 '냉정한 사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전문가와 언론이다. 이들이 냉정함을 잃으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 대응전략은 이처럼 현재의 추세를 넘어 다각적이며 장기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마련되는 것이다. 당장 선거철이 돌아오면 각 진영은 '상대 진영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기 일쑤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국민은 각 정당 스스로가 어떤 미래상을 내놓고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지 평가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로아트랩 대표·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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