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문명평론가인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내놓자 전 세계가 출렁였다. 그에 의하면, 인류는 농경기술을 시작한 이래 1만 년의 '제1의 물결' 경험을 축적하였고,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으로 300년 동안 '제2의 물결'을 축적하였다. 그리고 미래는 전자공학 우주공학 컴퓨터산업 등 첨단 기술에 의한 '제3의 물결'이라는 대변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토플러가 '제3의 물결' 시대를 예측한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다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안한 미래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력에 의존하던 생산이 기계에 의한 생산시대로 발전한 것을 말한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으로 대량 생산 시대를 연 것이고 3차 산업혁명은 앨빈 토플러가 예측한 대로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이용한 모든 생산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가 현실화되는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올해 봄에 우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그리고 바둑 대국은 우리나라에 제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라는 개념을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AI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논란도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미래 일자리 문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무인 공장과 지능형 제품이 등장하면 할수록 일자리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국제노동기구(ILO)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저서 '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이노베이터(혁신가),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며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고 개인의 삶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미리 겁먹거나 속단할 필요는 없다. 과거 1, 2, 3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경고음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현재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어느 시대나 그렇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인재가 핵심이다. '산업혁명은 늦었지만 정보통신산업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슬로건 하에 약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IT산업인력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ICT제품이 전 세계를 휩쓸게 됐고, ICT 기반의 한류문화도 빛을 발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25년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정부는 물론 각 기관에서 인재양성 로드맵을 만들고 지금부터 강력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IT강국에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로드맵의 3가지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모든 학생에게 소위 STEM(Science 과학, Technology 기술, Engineering 공학, Mathematics 수학)으로 표현되는 기본적인 수리능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STEM교육에 힘을 쏟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 분야의 교육과 인재 육성에는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융합교육이다. 어떤 분야이건 STEM과 ICT를 매개체로 하여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는 학문 간, 전공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학문과 전공은 없으나 융합하지 않으면 그 미래가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세 번째는 재교육이다. 이미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력과 특히 여성인력에 대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재교육시스템 구축 또한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따로 준비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밀어닥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서 그 파도를 타고 먼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비관론자는 대체로 옳고 낙관론자는 대체로 그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위대한 변화는 낙관론자가 이룬다'는 말이 있다. 오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기초 수리교육, 융합교육, 재교육의 시스템을 만들고, 내일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변화 자체는 모험이 아니며 변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모험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경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