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지적 활동을 제약하고 불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미래를 미리 알아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한다. 그래서 인류문명이 시작될 즈음부터 점성술사가 부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나, 지금도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공상과학영화에 많은 사람이 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과거의 점성술사처럼 별과 달 같은 천체의 움직임이나 자연현상을 보고 하던 예언을 대신해서 훨씬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며 정밀하게 계량화된 예측방법이 많이 고안되었지만 말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으레 다음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줄지어 제시된다. 그래도 예측이란 것이 빗나가기 일쑤고, 발생하지도 않은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국가나 기업을 경영하거나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비록 오류나 한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써서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달 정도 지나면 2017년이다. 다가오는 2017년은 예측하기 너무 어려운 불확실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내년에 있을 지구촌 선택들을 보자. 지난달 8일 시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은 대부분의 예측을 벗어난 결과였다. 당선 후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미국 대통령 트럼프로서의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만약 선거운동 기간에 언급한 대로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와 기후변화협정 탈퇴,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또는 폐기, 미국 내 에너지산업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확대 등을 그대로 시행하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도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중국과의 긴장 확대, 중동 갈등에서의 간섭 축소 등 선거에서 언급한 사안을 추진한다면 이제껏 구축된 국제정치의 틀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미국 대통령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가 가지는 불확실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로 하여금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중대한 선택이 예상되는 곳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G2의 하나인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제2기 5년 임기가 시작된다. 아무래도 권력기반을 확고히 하고 경제성장률이 하강하는 국면에서는 자국 중심의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주변국에는 정치·경제적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일본은 개헌논의를 시작했고 이는 동북아 국가들을 또 한 번 깊은 민족주의 갈등 구조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나란히 총선과 대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다. 영국은 세계인을 놀라게 한 지난 6월 23일의 국민투표로 선택한 브렉시트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며, 유럽 전역은 아직도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로 균열의 폭이 커질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2017년에는 이러한 인류의 선택에 의한 것뿐만 아니라 지구 자연의 불확실성도 심상치 않을 것 같다. 어렵사리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묶어두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지난달 4일 발효되었지만 최근 북극점에서의 기온이 작년보다 무려 20도나 상승하였다는 관측결과가 보고되었고, 예년 같으면 북극해의 바다 얼음이 여름철 녹은 부분을 회복하고 다시 본격적으로 얼기 시작해야 하는 11월에도 여전히 녹는 현상이 나타났다. 북극이 지구 전체의 기후현상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지구의 기후조절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던지고 있다. 자연환경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과 재해로 이어지고,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과 더해져서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

2017년은 우리가 지금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을 여러 차례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 더 큰 불확실성이 연이어 따라올지도 모를 일이다. 딱 떨어지는 특별한 묘수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있다면 우리 스스로가 확실해지는 것이 불확실한 세상을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는 묘수일 것이다. 우리가 가지는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고 세계의 변화를 항시 주시, 연구하고 국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