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낡은 시대의 유물 '암탉'론 /이경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30 19:09:00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필자에게는 늘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왜 하필 여자가 비뇨기과를 선택했느냐?'

전국에서 네 번째,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비뇨기과를 수련하는 여의사라서 의도치 않게 많은 이의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비뇨기과라는 과에 대해 성기능이나 남성 환자만 있다고 오해하다 보니 주변에서 궁금한 눈으로 바라본 듯한데, 사실은 여자 환자도 많고 배뇨장애 질환을 주로 다루기에 나 자신도 의사라고 생각하지 여의사라서 특별하다 생각은 않는다. 부담스러운 관심은 때로는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채찍이 되기도 한다. 혹여 나로 인해 '여자라서 잘 못 하네, 역시 비뇨기과는 여자가 하는 분야가 아니야'라는 인식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로서의 실력'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환자들도 여의사라서가 아니라 결국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환자에게 귀 기울여 주는 의사를 찾기 마련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첫 여성대통령이기에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머릿속이 복잡하되 '아, 향후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 박 대통령의 엄청난 실정으로 인해 '여성지도자=실패'라는 잘못된 낙인이 남녀를 불문하고 뇌리에 박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여기저기서 '봐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더니 딱 그 꼴이네'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심지어 이 속담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대통령 이미지가 뜨는 판국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오히려 여권 신장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논평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여성은 지도자로서는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공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보도였다. 안 그래도 한국은 양성평등 순위가 115위(2015년 기준, 145개 국가 중)로 낮은 국가 중 하나인데 여성 대통령으로 인해 양성평등이 더 후퇴할 빌미를 준 것에 대해 참으로 한숨밖에는 안 나온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의 어원은 중국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의 폭군 주왕에 반기를 들고 일어나기 위한 명분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은나라 주왕이 요부 달기의 말만 듣고 정치를 하고 있다며 '옛말에 이르기를 암탉이 새벽에 울면 안 된다고 하였다.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반정을 주도하였다.

그런데,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초기에 문제의 본질과 무관하게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성별과 관련된 공격성 발언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대표적인 속담 외에도 '저잣거리 아녀자' '망측한 일을 벌인 여자 대통령의 행각이 병신년(丙申年)에 발각됐다' '성괴'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

여기에다 박 대통령 측이 '대통령'이란 공식 직책보단 여성임을 내세워 보호받으려 시도하며 불난 곳에 기름을 들이붓는 형국이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닌 여왕으로서 군림하면서 이제 와서 여성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여성단체의 논평처럼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집회를 거듭하면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과 유모차부대, 여성, 청소년, 가족, 장애인 등 전 세대 계층이 참여하면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행동을 자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주 광화문 집회에서 가수 DJ DOC의 공연이 '수취인분명'이라는 노래 가사의 여성혐오 공방으로 취소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위 주최 측은 여성 ·장애인·성 소수자 등을 비하하지 않기, 특정 인물의 외모를 언급하지 않기, 질병이나 장애를 비유하지 않기 등 집회 전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미리 배포하기도 하였다. 이런 새 질서와 평화시위는 자발적인 시민문화로 인해 생겨난 것이기에 비록 나라는 혼란스러우나 대다수 국민의 의식과 지성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이 암울한 시대에 암탉이냐 수탉이냐 하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뭉쳐야 할 때며, 암탉이라 잘못한다는 것이 아닌 자체의 능력과 잘잘못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