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이 하늘로 솟는다니…'라면서 웃는다. '어떤 때는 밥그릇 위의 젓가락만큼 긴 얼음 바늘형으로, 어떤 때는 어른의 장지보다 더 굵고 긴 막대형으로'라고 부연하면 더욱 믿기지 않는 눈치다.

위로 서는 얼음기둥은 겨울마다 경기도 연천의 폐터널에서 수백 개가 함께 생긴다. 밀양 얼음골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흔하다. 이것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얼어서 생긴다. 그러나 전북 진안군 마이산의 은수사에서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없이 고드름이 혼자 하늘로 솟아오른다.

1924년 원불교 회보에 처음 기록되었으나, 훨씬 이전부터 역고드름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왔다. 기도하는 부부의 정성이 모이면 고드름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득남으로 이어진다는 전설도 있었다.

이 현상과 전설을 혹세무민의 증거로 매도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SBS 방송사에서 답사팀이 나섰는데 필자도 합류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우리는 사찰 마당에 정화수 양푼 약 40여 개를 펼쳤다. 밤이 깊어가자 필자는 귀신에 홀린 듯 혼자 일어나 마당 한쪽에서 반가부좌를 틀었다. 바람 소리 하나 없는 적막한 계곡의 산사, 하늘에는 별이 한두 개, 그리고 겨울밤의 찬 공기가 휘돌고 있었다.

새벽녘, 비몽사몽 중에 지척에서 '뽀골!'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양푼 가까이에서만 들리는 작은 소리였다. 기류가 흩어지지 않게 숨도 멈춰가며 살금살금 기면서 양푼들을 살폈다. 양푼의 수면에는 얼음판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콩알처럼 볼록한 돌기를 가진 것이 몇 개 보였다. 그 콩알의 아래서 공기 방울이 올라와 '뽀골' 하고는 터지는데, 터질 때 튄 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돌출한다. 그 아래서 다시 공기 방울이 올라오고 터지고 하면서 얼음기둥은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답사팀을 깨워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방송하고, 정리하여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이때가 2003년, 사찰의 전설 일부가 과학으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지역에는 이성계의 반역이 미리 현몽 되었다는 금몽척도(金夢尺圖)가 있다. 역고드름의 역자와 그 고사의 연관이 무겁게 느껴져서 논문에서는 '솟는 고드름(승빙·昇氷)'으로 개명했다. 그 후 실험을 거듭하여 2015년에는 가정용 냉장고에서도 승빙을 만들었다.

고무나 철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ice tray에 물을 담아 냉동실에 넣고, 냉동 강도를 조금씩 바꾸면서 얼리기를 반복하면, ice tray의 32개의 방 중에 2~4개의 방에서 승빙이 생기는 냉동점을 알게 된다. 빗물이나 증류수 등 순수에서 잘 생기며 하류강물, 수돗물 등 혼수는 안 된다.

냉동실 안에 자기온도계, LED 조명, 액션캠을 설치하여 승빙이 생성되는 과정을 여러 번 촬영하고 조사했다. 승빙은 한마디로 물이 얼 때 생기는 10%의 체팽창 효과가 특정 지점으로 집중된 것으로 정의된다. 표빙의 부피 팽창은 수중의 기포를 물 쪽으로, 즉 아래쪽으로 민다. 

이 기포가 모이면 수면 중에 얼지 않은 지점(숨구멍)으로 올라간다. 올라간 기포가 물 밖에서 터지면서 돌출물이 된다. 기포가 계속 올라가면 돌출물이 기둥으로 자라 승빙이 된다.

결빙이 지속되어야 숨구멍에 기포가 계속 공급되고 승빙이 성장한다. 한 번 숨구멍이 생기면 모세관 효과도 추가된다. 이 숨구멍의 첨단이 얼어붙으면 그 아래서 옆으로 방향을 바꿔 성장하기도 한다. 숨구멍은 빙면과 수면이 공존하는 빙점 부근에서만 순간적으로 나타나므로 더 이상의 냉각은 무관하다. 빗물 같은 순수는 빨리 어니까, 미세하게 포함된 혼합물이 숨구멍의 원인이 된다.

마이산 쌍봉은 물을 많이 포함하는 바위(타포니 지형)이다. 기온이 빙점 아래로 가면 타포니의 물이 얼면서 결빙잠열이 방출되고, 빙점 위로 가면 용해잠열이 소모되곤 하여, 빙점 부근에 오래 머물게 되니 이 지역에 승빙이 자주 발생한다. 냉장고 승빙은 결빙 중에만 생기지만 마이산 승빙은 양푼 속 얼음이 용해하는 과정에서도 생긴다. 이 현상은 초중고교생의 과학실험 소재로 권장된다. 실험이 거듭되면 더 많은 자연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