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볼모로 잡혀 있다. 박근혜 리스크에 붙들려 꼼짝달싹 못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선두에서 이끌고 가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이 나라를 진창 수렁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대통령 탄핵과 하야 소리는 점점 커지고, 국정 중단을 넘어 헌정 중단 사태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만신창이가 돼 버린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똑같이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외신들은 연일 그림자 조언자, 비선 실세, 막장 드라마, 한국의 라스푸틴, 팔선녀, 무당 점쟁이, 섹스 스캔들 등의 치욕적인 용어까지 동원해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4%로 추락했다. 지지율 10%대는 정치적 뇌사상태를 의미한다.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나 도덕성은 사라졌다. 박 대통령이 예전에 레이저 광선을 쏘며 "누구에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 "청와대 문서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했던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고 그야말로 국민을 속인 것이었다.
중고등 학생과 회사원, 노인에 이르기까지 창피하고 부끄럽고, 무엇보다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게 자존심 상해 못 견디겠다고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대통령 때문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과 "나라 꼬라지가 이게 뭐냐"는 허탈감이 국민을 짓누르고 있다.
그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이고, '최순실 국정 농단'이 아니라 '박근혜 국정 농단'이라고 국민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복마전 같은 일을 벌인 것은 최순실이 아니라 그렇게 하게 시키고 용인한 사람이 박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은 누구냐고 묻는다. 지난 대선 때 지지 여부를 떠나 당선된 이상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고 5년간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패닉상태에 빠진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007년 본국에 보낸 비밀 보고서를 통해 사이비 교주 최태민이 육영수 여사 서거 후 인격 형성기에 있던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심신(body and soul)을 온전히 지배하고(had complete control)', 두 사람이 '특이한 관계(unusual relationship)'를 유지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대를 이어 딸 최순실이 그의 심신을 장악하고 말과 행동에서 의상까지 사로잡았다. 박 대통령은 선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국민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몸과 마음을 아바타처럼 조종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인 듯, 대통령 아닌, 대통령 같은' 사람이 청와대 안의 박근혜인지 강남의 최순실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 망연자실하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인사 문화 사회 교육 등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하고 대통령에게 이래라저래라 했다는 인물들의 수준이다. 청강생으로 국내 대학을 수료하고 학위장사로 유명한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주인공에다 조연급인 부동산 개발업자, 호빠 출신 등이 강남 카페에서 국정을 논의하고 대통령에게 연설문을 전달했다니 대한민국이 모욕당하고 국민은 똥오줌을 양동이로 뒤집어쓴 꼴이다. 그토록 여야 정치권과 소통을 하고 장차관 및 수석들의 대면보고를 받으라는 언론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대면보고 필요해요?"라며 오기와 고집을 피워놓고 뒤로는 이런 한심한 수준의 사람들로부터 지시와 보고를 받았다니 대통령의 저급한 현실 인식과 공인으로서의 처신, 미약한 심신 상태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과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을 놓아 주어야 한다. 국민은 당장 하야를 통해 대한민국과 이혼하라고 하지만 이혼 절차는 멀고 뒤처리도 복잡하다. 국정농단의 결과인지 지금 북핵과 외교안보, 경제 등 모든 게 최악이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들까지 움직일 경우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따라서 남은 임기 1년 4개월 동안 이혼에 준하는 별거를 하는 게 그나마 최선이다. 그게 계륵 같은 존재가 된 대통령이 선택할 최선의 카드다.
대통령은 당적부터 버려야 한다. 내치에서도 손을 떼야 한다. 여야 합의로 추천한 새 총리를 앉혀 거국중립내각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수밖에 없다. 개헌 작업 역시 멈춰선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준엄한 특검의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진실 앞에 서야 한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권력을 잃은 상황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또 어떻게든 국정주도권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하나 국민의 마음은 벌써 그를 떠났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국민의 믿음을 잃었는데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겠는가. 식물 대통령이 무얼 한단 말인가. 염치없고 부끄러운 일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논설주간 so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