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6년 10월 26일

◇참석위원(가나다순)

▶권구철(변호사)

▶김문홍(연극평론가·소설가)

▶김윤경(부산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양혜승(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미욱(소설가)

▶전중근(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최치국(위원장·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지 참석자

▶안인석(편집국 부국장)


10월 국제신문 독자위원회 회의가 지난 26일 오후 5시30분 본사 5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은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있었다. 지역신문의 관점에서 중앙 정가 이슈에 대한 부산 시민의 반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노력이 아쉬웠다는 지적과 함께 심층 보도를 당부하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 밖에도 아파트 가격 폭등,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불꽃축제 등과 관련한 의견도 제기됐다.


▶최치국(위원장)=몇 가지 공통 주제에 대해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하자. 무엇보다 이달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가 쟁점 사안이었던 것 같다.

▶전중근=최순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언론이 가진 힘을 실감했다.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이면을 뒤지고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는 언론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순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독일까지 가서 쓰레기통을 뒤진 기자정신이 발현된 산물이다.

▶김윤경=지난 25일 자 국제신문 지면을 보니까 개헌 관련 기사가 많더라. 온라인에서는 지난 24일 JTBC 보도가 나오면서 개헌 이야기가 수그러들고 최순실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제작 공정상 신문 지면에 담아내기는 어려웠을 터이고 온라인 홈페이지 뉴스로 보완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다만 그 내용을 보면 다른 언론사 보도를 그대로 전할 뿐 최순실 이슈와 관련해 국제신문만의 독자적인 기사가 없는 게 아쉬웠다.

▶이미욱=최순실 게이트, 미르재단, K스포츠 등 연일 관련 의혹이 너무 많이 보도돼 어지러울 지경이다. 납득할 정보를 제공 못하는 정부 때문에 혼란이 더 악화된 것 아닌가. 이 시기 시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게 언론이다. 실시간으로 기사가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신문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을 정리하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다. 이번 JTBC 보도처럼 심층기사를 만드는 게 언론의 힘이라고 느꼈다.

▶양혜승=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저널리즘의 요소를 자주 말한다.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심층성. 앞에 있는 것 3가지가 가능해지려면 깊게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중앙 정치에 대해 지역신문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지역지는 중앙 소식을 최소로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종이신문 하나를 보기도 버겁다. 이런 독자가 여러 신문을 보면서 국제, 지역, 중앙 뉴스를 다 소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지역신문은 수도권 중앙 뉴스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지역 이야기는 발 빠르게 하고, 중앙 쪽 소식은 조금 빠르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전달하는 심층 기사가 돼야 한다.

▶김문홍=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핵심 중의 하나가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법 위반 여부다. 국가적인 비리 사태가 날 때마다 대통령은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말해왔다. 이번에는 성역을 누가 수사할 것인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기록물 관리법의 위반 사항이 되는지 예의주시해서 추적 기사를 냈으면 좋겠다.

▶최치국=개헌으로 국가 운영의 틀을 바꿔야 할 때다. 국제신문 26일 자 기사도 지방분권, 광역행정구역 조정 등 개헌 관련이 실렸다. 이번 참에 지방분권형 개헌 아젠다를 국제신문이 선도하길 바란다.

▶전중근=지금 헌법은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조항이 많은 것 같다. 헌법 117, 118조는 그 내용이 국가 작용이 강조돼 있어서 자치 입법권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분권형으로 개헌이 돼야 한다. 중앙권력이 지방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의제를 공론화하는 지역신문의 노력이 절실하다.

▶권구철=대통령 탄핵소추 이야기까지 나온다.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때와 느낌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현안은 소외될 수 있다. 중앙 문제에 집중하다가 지역 문제가 등한시될까 봐 걱정스럽다. 이런 부분을 언론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사회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질 것 같다. 희망을 주는 기사도 필요하다.

▶전중근=(최순실 게이트 같은 대형 비리 사건은) 부산도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최근 부산 언론이 크게 다뤘던 엘시티 의혹은 대형 사건이다. 전국적 사안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비리 의혹들은 대형 게이트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자금 조성, 사기 대출, 정관계 로비 등이 영화처럼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건이다. 며칠 전 검찰에서 수사팀을 재정비해서 빨리 수사하겠다고 한 뉴스를 봤다. 얼마나 성과가 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경찰의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재해주길 바란다.

▶권구철=엘시티 같은 큰 사업은 여러 비리 문제가 엮여 있을 수밖에 없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수단으로 관계 부처를 통해 특혜를 받길 원한다. 뿌리 뽑기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원인, 대책을 찾는 기획기사를 검토해줬으면 한다.

▶최치국=주택 경기가 과열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됐는데, 부산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280대 1이라고 한다. 서울 강남에 이어 부산의 집값 폭등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봤다.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 가장 충격이 큰 지역이 부산이 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시의 주택 관련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욱=전세 임대로 수영구에 사는데 이사하고 집값이 3000만~4000만 원 올랐다. 왜 그런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가서 물어봤다. 해운대 좌동과 수영구가 이상하다고 하더라. 재개발 때문에 물건이 없으니까 집값이 올라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재개발 때문인지, 제도적 장치 때문인지 집값이 연일 오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부동산 문외한을 위한 집값 폭등 관련 정리 기사를 보고 싶다. 청약 경쟁률, 대박 등 단어만 나열하는 기사가 아니라 현재의 부동산 기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탐사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김문홍=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는 썰렁하고 한산하더라. 국제신문도 지난해에는 행사가 치러진 열흘 동안 영화제 소식을 화려하게 전했는데, 올해는 영화제 관련 뉴스가 다소 위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처럼 한산한 영화제 분위기는 처음 겪었다. 영화는 있고 축제는 없어 아쉬웠다. 국제신문에서도 영화제가 끝나기 하루 전 1면에 '착 가라앉은 BIFF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특히 3면에 실린 '동네 영화제 전락 안 하려면 골든타임 내 부산시 등 BIFF 영화제 3자대면 시급' 기사가 인상 깊었다. 후속 보도와 칼럼 등으로 영화제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언론의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서병수 시장이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여해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길 희망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김윤경=국제신문이 홈페이지에서 부산불꽃축제 생중계 시도를 한 것은 참신했다.

▶김문홍=부산불꽃축제는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루 사이 밤하늘에 수십억 원어치를 펑펑 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도 되나 싶더라. 이런 문제도 언론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양혜승=최근 논란이 됐던 김제동 씨 관련 기사를 국제신문이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봤다. 온라인에서만 해당 내용을 다루고 지면에는 넣지 않더라. 개인적으로 김제동 씨 이슈는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터넷 매체가 그렇듯 흥미 위주로 갈 게 아니라 국민이 알아야 할 기사를 내줬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신문의 결정은 독자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종이신문은 끊임없이 뉴스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치국=인터넷 신문에 보도되기 전까지 남양주 촬영소 매각 소식을 아무도 몰랐다. 남양주 촬영소가 매각돼야 기장에 올 수 있는 만큼 해당 사안은 부산의 현안이었다. 몰랐다는 것은 큰 문제다.

▶김윤경=평소 지역 내 청년 정책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는데, '부산시 생애 주기별 복지정책' 관련 기사는 관련 수치를 보여줘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세부 내용 없이 수치로만 기사 내용이 전개돼 아쉬웠다. 복지 부문별 내용이나 정책 등이 간략하게 소개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