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내년을 물복지 원년으로 선포한 것은 와 닿지 않는다. 내년 예산을 600억 원으로 늘려 수돗물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일단 긍정적이다. 낡은 대형 상수도관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 내 노후 수도관도 교체할 예정이란다. 주택 옥상의 물탱크를 철거해 직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수도관 내시경 진단과 순환형 수도관의 설치도 이뤄지면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2차 오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긴 한데 이걸 갖고 물복지라 하기에는 대단히 미흡하다.
시민에 대한 물복지라면 당연히 1급수의 신선한 물을 공급해야 이름에 걸맞다. 물 공급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낙동강물이 오염된 상태에서 가지에 해당되는 수도관만 바꾼다고 근본 처방이 되지는 못한다. 하기야 낙동강 물은 이제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와 유해물질 급증으로 취수원 포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가 취수원의 구미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경남도 역시 합천댐과 시·군별 취수로 전환하는 계획을 지난달에 발표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낙동강이 버려질까 걱정스럽다.
부산시는 물복지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기 전에 먹는 물 정책의 실패부터 자인해야 마땅하다. 20년을 끌었던 남강댐 물 취수를 포기하고 합천댐으로 전환했지만 그것도 어렵게 됐다. 창녕의 강변여과수 취수 역시 생산비용이 4배 이상 높은 데다 철, 망간 함유로 전처리 절차를 거쳐야 해 사업성이 의문이다. 2000억 원을 투입한 기장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주민 반발로 2년째 놀리고 있다. 대체 수원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예산과 시간만 낭비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왕 물복지를 선언했으니 부산시는 맑은 물 확보를 위한 근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유럽의 식수원은 댐과 지하수가 85%이고 나머지가 강물이다. 독일은 식수원 중 강물의 비중이 아예 1%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는 댐이 52%, 강물이 37% 정도인데 경남도가 댐으로 전환하면 강물 이용률은 더 낮아진다. 녹조 범벅인 낙동강 물을 고수할 것인지, 대체 수원을 만들 것인지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낙동강 취수가 불가피하다면 2급수 이하인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비로소 물복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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