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잠정)을 '1차로' 발표했을 때였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사태가 발생했는데 8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아무리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해도 말이지'. 일주일도 안 돼 의문이 풀렸다. 제품 단종에 따른 손실이 반영돼 최초 발표 이후 닷새 만에 수정된 3분기 영업이익은 애초 수치(7조8000억 원)에서 2조6000억 원이나 줄었다. 그리고 이틀 뒤. 삼성전자는 기회손실을 포함한 총손실액이 7조 원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은 명확히 밝혀졌다.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제품 설계와 원인 규명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점과 특정 대기업에 좌지우지되는 한국 경제의 허약한 체질과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우선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이 단순 제조 공정상의 문제보다 설계 자체에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말 새 제품 판매 이후에도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면서부터다. 실제로 이 같은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갤노트7의 발화 배터리 모서리는 과거 시리즈의 배터리보다 지나치게 둥근 모양으로 설계돼 쇼트(합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적인 문제는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정도로 '삼성전자'라는 기업 한 곳의 경영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각종 지표가 증명한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관세청은 갤노트7 사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주식·외환시장도 요동쳤다. 관련 업계나 하청업체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결국 3분기 '2조6000억 원'을 포함한 총 '7조 원대'의 손실'이 수출 전선과 증시, 나아가 통화 당국의 정책 기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 액수는 말 그대로 추산액일 뿐 삼성전자의 신뢰도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당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경제적 쇼크'의 회복이다. 삼성전자가 모든 자사 제품의 품질 점검 프로세스를 개편하고 스마트폰 사업부를 쇄신하겠다고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반면교사'하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경제부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