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년 9월 30일

◇참여위원(가나다 순)

▶권구철(변호사)

▶김문홍(소설가·부산공연사연구소 소장)

▶양혜승(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미욱(소설가)

▶전중근(다른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최치국(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지 참여(정리) : 구시영 편집국 부국장

# 권구철

- 김영란법 반응·문제점 보도 적절
- 애매한 규정 많아 시행 착오도
- 예상 사례설명 등 지속 노력 주문

# 김문홍

- 영남권 이젠 지진안전지대 아냐
- 국가 못 믿고 각자도생 상황 착잡
-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논의 필요

# 양혜승

- 지진 관련 기사 다소 부족한 느낌
- 공포 감안해 과감한 편성했어야
- 재난 실용대처법 좀 더 다뤘으면

# 이미욱

- 치약마저 독성물질 검출 개탄
- 사회적 감시자 역할 다해주고
- 안전 경각심 일깨우는 지표되길

# 전중근

- 김영란법 시행 전 예고 다뤄 도움
- 지진 대응 나선 네티즌 기사 흥미
- 경제적 잣대 지면 구성 지양해야

# 최치국

- 지진보다 원전 불안감 더 커
- 정치인도 입장 엇갈려 혼선
- 공감 얻는 탐사보도 고려를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의 9월 온라인 회의가 지난달 30일 열렸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최근 경주 지진사태, 김영란법 시행 등과 관련해 신문지면을 평가하고 부족했던 사항들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지진 대비와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보도를 주문했다.


▶권구철=요즘 최고 이슈는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국제신문은 여러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법의 시행에 따른 각계의 움직임과 문제점 등을 보도했는데, 대체로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국제신문의 기사 제목처럼 김영란법 시행은 '청렴사회 기대 반, 내수악화 우려 반'이다. 관공서 인근 식당은 예약이 없을 정도이고, 선물세트 등의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김영란법의 기준에 맞춘 이른바 '김영란 메뉴'를 발빠르게 개발하는 곳도 있다. 관공서 등에서는 청렴사회를 향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현재 문제는 국제신문의 지적처럼 김영란법은 엄격한 기준을 광범위하게 적용시킴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규정 탓에 공무원들이 법 시행을 핑계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 시행 초기여서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을 게 없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의 애매한 규정을 조속히 정비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은 예상 가능한 사례를 통해 김영란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 주기를 바란다.

경주 지진은 나라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국제신문은 지진 발생 이후 관련 기사와 사설을 많이 냈고, 문제점도 적절히 잘 지적했다. 앞으로도 지진 대처요령 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단순 괴담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일조해 주기를 바란다.

▶김문홍=우리 삶의 터전인 영남권은 이제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번 경주 지진을 통해 '각자도생'과 '생존 배낭'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어 착잡한 심정이다. 국가를 믿지 못하고 각자가 살아나갈 방도를 꾸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신문은 '부산 내진 보강 국비 전액 삭감'(9월 14일), '350회 여진에도 고리원전 무신경'(9월 19일), '양산단층은 활단층 정부 알고도 숨겼다'(9월 21일), '생존배낭 꾸리기, 일본 지진앱 내려받기 유행처럼 번져'(9월 21일), '정부 답답해…자체 대응 나선 네티즌'(9월 22일), '고리원전단지 인접 땅밑 거대 활성단층'(9월 23일), '진앙도 제대로 못 찾는 기상청'(9월 23일) 등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질타하고 경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의 문답이 떠오른다. 군사와 경제, 신뢰 중에서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어느 것이냐고 자공이 묻자 공자는 신뢰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의 덕목 중 으뜸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는 것으로, 국민이 국가와 정치를 믿지 못하면 사직이 흔들린다는 진리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 지진을 통해 우리가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정부와 국민 신뢰에 따른 확고한 연대의식일 것이다. 이참에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


▶양혜승=경주 지진으로 지역사회가 엄청난 공포를 경험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동안 지진에 대한 우리의 정보와 대책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는 계기였다. 이런 공포와 혼란의 시점에서 언론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국제신문의 지면을 보면서 두 가지 문제점을 느꼈다.

첫 번째는 지진 관련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첫 지진 발생 다음날에 2~3면을, 추석연휴 뒤 19일 자에는 2~4면을 지진 특집으로 편성했다. 여진이 발생한 후 20, 21일에는 각각 2~3면, 2~4면을 꾸렸다. 하지만 22일부터는 지진 면이 한 개로 줄었고 27일부터는 지진 면이 사라졌다. 사건 규모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공포를 고려하면 기사 전달량이 지나치게 적었다. 사회적인 공포나 불안을 느낄 때 사람들의 정보욕구는 극도로 커진다. 따라서 신문지면의 대부분을 지진 관련 정보로 편성하는 과감함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기사내용에 대한 아쉬움이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자연의 재앙 앞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는 바로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테이블 아래에 몸을 숨겨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즉시 건물에서 나가야 한다는 정보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 어떤 정보가 올바른 것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언론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배낭을 꾸릴 때 어떤 물건을 포함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신문 지면에 그런 실용적인 내용은 없었다. 시일이 흐르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기사들이 등장했다. 모두 필요한 정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지진 대비에 대한 정보이다. 그것이 없으면 앞으로도 지진으로 인한 공포나 공황은 더욱 커질 뿐이다.


▶이미욱=우리는 번번이 일어나는 사고와 사태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위기와 위험을 겪으면서 내성이 생겨버린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이 검출될 수 있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분이 치약 말고도 더 있다는 국제신문 보도에 망연자실한 심정이다. 지난 추석에 주고받은 치약 등 생필품은 선물이 아니라 오물이었단 말인가. 이런 사태가 자꾸 불거지니 정부와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은 정부의 안일한 관리감독과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몰지각한 행태에 대해 비판과 문제 제기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더는 '살인 용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국제신문이 사회적 감시자로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지난달 초 기장 곰내터널의 유치원 버스 전도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탄 어린이들을 구했다는 훈훈한 기사를 기억한다. 개통 7년이 지난 곰내터널은 지난해 사망자 수가 32명이고 올해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아 '마(魔)의 터널'로 불린다. 이에 국제신문은 안전시설 확보와 대책 필요성 등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곰내터널을 운전해보니 제한속도가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국제신문 기사를 보면서 여전히 안전사고에 무감각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국제신문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지표가 되어 곰내터널이 '마의 터널'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반가운 기사를 전해줬으면 좋겠다.


▶전중근=국제신문은 김영란법 시행 전에 크고 작은 기사를 통해 이를 다뤘다. 대부분의 기사는 법 시행에 따른 피해와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되는 기사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행일인 28일 자에 법 제정 취지와 입법 경과 등을 다시 한 번 포괄적으로 다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지면 구성 때 자칫 모든 것을 경제적 잣대로만 보려는 통념에서 우러난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접대와 대접, 안면과 인맥으로 얼룩진 부패문화는 긍정적인 시민문화와 의식개혁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당연시되고 있다. 지난 22일 자 '정부 답답해…자체 대응 나선 네티즌'은 흥미로운 기사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진 정보 공유 지도를 만들고, 지진발생 정보와 피해 상황을 직접 입력할 수 있게 하려는 시민활동을 소개했다. 지진 등 재난상황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높이려면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사회 협력적 네트워크가 비상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역언론이 각별히 주시해야 한다.


▶최치국=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두려움보다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이 더 큰 것 같다. 국제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양산단층에 있는 원전의 안전에 대해 같은 정당의 정치인들조차도 서로 다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이 지진에도 안전하니까 홍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과 원전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가동과 신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지진에 의한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지진 탐사보도를 해야 한다. 관련 전문기관의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종합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일본총영사의 국제신문 방문을 소개한 기사가 있었다. 한일관계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해서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한일터널이다. 한일터널은 양국과 동북아의 정치, 사회문화, 군사, 경제 등에 대한 현재 관점으로는 논의될 수 없다. 한일터널은 한중터널과 함께 새로운 동북아 질서와 공동번영을 전제로 할 때 논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