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다고 한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에다 미덥지 않은 정부의 지진과 원전 안전 대책 등으로 부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해결책을 촉구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뒷북 대응에 한술 더 떠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발 빠른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형편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에 부산 18개 지역구 중 5개를 내준 4·13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민낯이 드러난다. 지난 6월 이헌승 시당위원장 체제가 들어섰으나 아직 핵심 당직인 수석부위원장과 대변인 인선을 못했다. 기존 원외위원장이 모두 당협위원장으로 유임되는 등 쇄신 분위기도 미흡하다. 연대의 고리가 끊어져 시당 조직이 사상누각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의원들도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사정이 이러니 개별 의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역 현안에 한목소리로 해결책을 요구할 턱이 없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비롯된 글로벌 물류대란에 새누리당은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잇단 지진과 함께 제기된 원전 문제와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부산 울산 경남 의원들로 원전안전특위를 구성해 이슈를 주도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지금까지 텃밭의 맹주라며 큰소리치던 새누리당을 떠올린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부산에서 47.9%의 득표율로 12석을 차지했다. 게다가 부산시장을 비롯해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집권 여당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야당으로부터 '부산 민심은 이미 야당에 넘어왔다고 본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이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심판은 내년 대선과 차기 지방선거, 총선에서 어김없이 내려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