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량 중의 하나이다. 지식을 누가 많이 암기해 기억하는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모든 지식은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창의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계획을 세울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ICT(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점차 대체되는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창조하고 결합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수학과 창의성은 어떤 연계성이 있을까? 수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고 생각하는 힘에서 창의성이 길러진다. 우리는 매일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을 사용하고 만난다. 패턴(보도블록 벽 타일 마룻바닥 기와지붕 등) 대칭(꽃잎, 공작새 깃털, 토끼 귀, 나비 날개, 안경테, 조소, 기타줄, 풍차, 건축물) 측정(집을 건축, 건물을 건축, 요리할 때, 재료의 배합 비율, 차의 속력, 온도계, 시계, 애드벌룬을 띄우기 위한 질소의 양, 풀장을 가득 채우는 데 필요한 물의 양) 시간(시계, 달력, 비행기 스케줄, 기차 시간표, 도시철도 운행시간, 버스 시간표) 측량(물건의 개수, 사람의 수) 돈(물건을 구입, 음식을 구입, 세일 가격, 시장에서 물건 구입, 식당에서 음식의 가격을 지불할 때) 기하(모양 선 각도) 분수 소수 백분율(피자를 여러 명이 나누어서 먹을 때, 물건을 세일할 때) 확률(게임이나 스포츠 등에서 이길 확률) 문제해결(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물건을 쌓는 방법, 볼링에서 핀을 맞추기 위한 방법, 가장 빠르게 도착하기 위한 방법) 등이 모두 수학이다.
수학은 생활 곳곳에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수학 공부를 하면 정확성이나 분명함 그리고 세밀함에 대한 능력이 향상되고 특히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고도화된다. 수학은 양 구조 공간 변화 등 개념을 다루는 학문이다. 현대 수학은 형식 논리를 이용해서 공리(axiom)로 구성된 추상적 구조를 연구한다. 자연 현상에서 관측되지 않는 개념들에 대해서까지도 수학적인 논리를 이용해 이론을 일반화(generalization) 및 추상화(abstraction)시킨다. 수학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공학적 응용의 핵심요소로서 정확하고 치밀한 사고력과 추상화를 통해 복잡한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매우 뛰어난 방법론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수학적 창의성을 이용해 다양한 산업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보르네오 섬 인근 마카사르 해협의 심해 시추권을 싼값에 사들였다. 다른 석유회사들은 석유가 나올 수 없는 지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주변 지형에 있는 암석의 나이 압력 온도 밀도를 미분방정식과 확률 등의 수학을 이용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이 지역에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2003년부터 이 지역에서 하루 2만 배럴의 석유를 뽑아내고 있다.
또 다른 수학적 창의성의 예를 들면 1990년 동독과 서독의 통일 후 하나 된 베를린 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었다. 시는 버스를 증차하고 노선도 늘였지만, 교통난은 심해져만 갔다. 시는 결국 해결방안을 공모했다. 베를린 공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마르틴 그뢰첼 교수는 응용수학인 최적화기법을 이용해 해결책을 제안했다. 그 결과 1800대의 버스를 1300대로 감축하고도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우리나라 수학연구자의 진로는 대학교 및 수학연구소로 제한돼 있다. 이를 산업현장으로 확대하려면 창의성을 구현하는 수학교육을 육성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혁신적인 교수 및 학습방법에 관한 연구, 대중문화강연 프로그램, 체험형 토론형 교육에 관한 연구와 실천이 필요하다. 교사나 교수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수학교육법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수학교육 현장에서는 수포자가 늘어갈 것이다.
강의식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MOOC(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 멀티미디어콘텐츠 등을 소개하는 등 학습자가 미리 학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는 팀별 또는 개인별 수업으로 내용을 토론하고 응용문제를 풀어가는 창의적인 심화수업에 관한 연구와 실천이 시급하다.
동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