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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한진해운과 그 적들 /김찬석

서울 언론의 무관심, 대통령 각료에 영향…물류대란 강건너 불

한진해운도 자신의 적…사면초가 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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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로 부산이 연일 들끓는다. 비상사태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서울은 조용하다. 대통령은 외유 중이고, 정부 대책은 늑장에 부실이다. 마지못해 내놓은 듯하다. 어디까지나 한진해운이 책임질 일이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한진사태에 조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언론의 영향이 적지 않은 듯하다. 한진해운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 5일 자 모 신문을 보자.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해 대통령에 의해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거론됐던 신문이다. 신문 1면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 20), 사드,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 미국 대선 기사가 차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6면에 가서야 한쪽 귀퉁이에 실렸다. 그것도 영국 선주회사 조디악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청구소송을 냈다는 내용이다. 사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대란, 한국 해운산업의 위기 등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메이저 신문이라는 조중동이 비슷하다. 한진해운 사태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나 미국 대선이 더 중요하다.

그날 자 국제신문 1면은 기사가 3건이다. '한진해운 대참사 정부는 없다'에서 '조선업계, 한진 컨선 58척 매물 비상'과 '조선 항만위기 부산경남 경제, 콜레라 겹쳐 쑥대밭'까지다. 국제신문과 서울쪽 신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국제신문이 한진해운 사태에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답답하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정부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조중동의 보도를 국내 현안의 우선순위 판단 기준이자 정책 수립의 기준으로 생각할 것이다. 대책의 안이함, 마지못함도 이런 연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야기를 뒤집으면 보이는 만큼 안다. 대통령이나 각료들은 서울쪽 신문을 통해 접하는 딱 그만큼 한진해운 사태를 알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

대통령은 중국 항저우의 G20 회담장에서 곧바로 라오스의 동아시아정상회의로 향했다. 그런데 국내 위기 상황을 뒤로 하고 국제회담에 참석한 성과는 뭔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대통령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 면박당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다'는 구존동이(求存同異)가 그 상황에서 시 주석의 입에서 나오니 그렇게 냉정하고 섬뜩하게 들릴 수 없다. 대통령은 '같은 점을 찾으면서 차이점은 없앤다'는 구동화이(求同和易)로 응답했다지만 구존동이와 구동화이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동이불화(同而不和)만큼이나 다르다.

대통령이 G20과 성격이 유사한 라오스 정상회의장까지 찾은 것은 과한 느낌이다. 대통령은 G20에 참석한 와중에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전자결재로 강행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이 나왔던 이들이다. 반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통령의 연이은 국제회의 참석의 의미를 헤아리기 어렵다.

부산도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다. 지난 4일 서병수 시장 주재로 민관비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장소를 중구 중앙동 한진해운 부산지사 빌딩으로 정한 것 말고는 시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부산시는 이번에도 여전히 업계와 시민단체에만 기댔다. 한국선주협회나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산시가 펀드를 조성하는 등 부산권에서 5000억 원의 비용을 조달하자고 제안했고, 학계에서는 부산시가 에어부산 주주로 참여한 것처럼 한진해운 경영에 참여하거나 주주가 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의 방안은 없다. 그냥 비상만 있고 회의는 없었던 셈이다. 시가 뭐라도 들고와서 내놔야 비상회의이지 않은가.

딱하기로 따지면 한진해운을 덮을 이 없다. 민관비상회의에 한진해운 부산지사 전무와 (주)한진 부산본부장이 참가했는데 한진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저 시와 시민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 하다못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진해운 협력업체의 체임을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성의라도 보여야하는데 맨입이다. 부산을 모항으로 활동하면서도 평소엔 부산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위기 상황이 되니 시민들의 도움만 챙기려 든다.

한진해운은 부산기업이 아니다. 서울에 본사가 있다. 부산이 해운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다보니 한진해운의 위기가 부산의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한진해운은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이면서 서울기업다운 대접도, 부산기업다운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도, 각료도, 서울언론도 비수도권에 닫힌 사회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다. 기업 자신만 생각하는 한진해운도, 부산항이 망한다고 위기감을 조성하면서도 시민단체에만 의존하는 부산시도 닫힌 사회다. 국제사회에는 한진해운이 고사하기를 기다리며 뜯어먹으려는 적들이 설친다. 한진해운은 온통 적들로 싸여 있다. 그 자신조차 자신에게 최대의 적이다.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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