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정도의 큰 금액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2일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에 대해 사과하며 털어놓은 말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판매한 250만 대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100만 대 중 24개꼴로 불량 배터리가 확인됐으니 불량률은 0.0024%. 그 대가가 혹독하다. 매출 기준 250만 대 교환 비용이 2조5000억 원, 유통 마진 등을 고려한 실제 리콜 비용은 1조∼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짐작된다.
꼭 1개월 전인 지난달 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을 처음 선보이며 "패블릿 시장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다시 확인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사용성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그로서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삼성이 애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극찬한 제품인 만큼 아픔이 더할 터.
삼성전자는 모바일 은행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홍채인식, 기능이 강화된 S펜, 무선 충전, 방수·방진 등 무기로 내세워 출시가 임박한 애플 '아이폰7'에 선제 대응했다. 지난 19일 10개국에서 정식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2주 만에 100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급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소비자 제보가 나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대규모 스마트폰 리콜을 결정했다. "금전적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 안전과 품질, 고객 만족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했다"는 고동진 사장 말대로 돈 대신 고객과 품질을 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의 선택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나 이듬해 500억 원어치에 달하는 불량 애니콜 화형식처럼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1982년 타이레놀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존슨&존슨이나 2000년 IBM이 노트북 과부하 결함을 확인한 뒤 전 세계 모델을 교체한 것처럼 성공한 리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특히 삼성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막후 결단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리콜은 제조사가 제품의 결함에 책임을 지는 것인만큼 무엇보다 '불량률 0%'를 향한 절치부심의 자세가 우선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