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낙동강 징비록'을 써야 할 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8-24 19:14:09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경남 창녕군 개비리길. 개 한 마리밖에 지나지 못한다는 오솔길. 한 발만 헛디디면 낭떠러지다. 바로 아래는 낙동강. 개비리 끝자락에선 또 하나의 강이 나타난다. 지리산에서 발원해 진주를 적신 남강이 낙동강의 품에 안기는 지점이다.

2009년 7월 낙동강 탐사 과정에서 개비리길을 걸었다. 4대강 사업으로 국론이 분열됐을 때다. 당시 취재수첩을 들췄더니 살벌한 예언이 눈에 띈다. "낙동강은 게을러. 안동에서 부산까지 흐르는 시간이 사람 걷는 속도와 비슷하거든. 댐(보)이 8개나 생기면 어떻게 되겠어. 강이 호수로 변하고 녹조는 연중 찾아올 거야. 생명이 버티겠어?" 개비리를 함께 걸었던 경남대 양운진(환경공학과) 교수의 경고였다.

지난 21일 낙동강을 찾았다. 부산부터 김해 매리·물금취수장까지 물빛이 녹색 천지다. "녹조가 작년보다 더 심하네요. 무더위 때문인지. 낙동강 보를 열어 '펄스방류'를 하는데도 수질에 차이가 없어요." 부산시 수질연구소 박홍기 박사도 근심이 가득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주 낙동강 보를 열어 3400만t을 흘려보냈다. 새 발의 피였다. 강기슭의 선명한 녹조 띠는 그대로였다. 페인트처럼 끈적끈적하게 뭉친 덩어리도 보였다.

강에 낀 곰팡이는 인간의 삶도 위협한다. 합천창녕보 하류의 한 늙은 어부는 20일째 방구석에 틀어박혔다. 치미는 울화통을 배설할 데도 없다. "생명 없는 강에서 뭘 하겠어. 한숨만 나지…." 어부는 어망도 없다. 합천창녕보에서 방류할 때마다 하나둘 떠내려간 탓이다. "수자원공사 가서 데모도 해봤어. 어망 물어내라고." 빈손으로 온 그는 TV만 끼고 산다. "차라지 잘 됐지. 하루 10마리도 못 잡는데 어망이 다 뭐야."

합천창녕보 상류는 과거 보물창고였다. "겨울은 붕어 천지였어. 하루 몇 시간 작업하면 수백 마리는 수월하게 잡았지. 혼자선 그물을 끌어올리기도 힘들었다니까." 낙동강은 그렇게 넉넉했다.

어부의 삶은 4대강이 바꿔놓았다. 8개의 보가 물을 가두자 생명의 흐름도 멈췄다. "5월부터 물이 녹색으로 변하길래 사진을 찍어뒀어.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벌써 3개월째야. 물고긴들 살 수가 있나."

여름 통발을 가득 채웠던 장어·메기·동자개도 자취를 감췄다. "20년 어부 생활했는데 이런 녹조는 처음 봐. 요즘 그물 던지면 매운탕거리도 안 되는 치어만 몇 마리 보여. 동자개는 구경을 못 해 봤고. 장어는 보에 막혀 거슬러 올라올 수도 없잖아." 늙은 어부는 과거 부산까지 오가며 물고기를 잡았다. 보가 설치되자 어로구역은 합천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까지 43㎞로 한정됐다.

펄스방류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다. "얼마 전 일이야. 오전 9시부터 합천창녕보 수문을 개방한다는 문자가 왔길래 허겁지겁 달려갔지. 배가 강 한가운데에 떠있는데 유속이 거세 들어갈 수 없었어. 119구조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나가서 배를 강기슭으로 끌고 왔잖아." 그때 늙은 어부의 어망 일부가 유실됐다.

"강을 가두니까 생태계가 변해. 갑자기 물을 방류하면 물고기가 놀라서 번식을 못해. 생태계가 뒤죽박죽인데 생명이 어떻게 버티겠어." 자연을 이기려고 인간이 만든 '보의 딜레마'다.

"쇠파이프로 강바닥을 콕 찍어 올리면 시커먼 펄이 한가득 올라와.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른다니까. (KBS) 추적60분에서도 방송했는데 정부는 꿈쩍도 안 해." 늙은 어부의 원망은 끝이 없다. 4대강 조사위원회가 무더위 전인 지난 6월 낙동강 5개 지점을 조사했더니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4등급(합천창녕보)~5등급(창녕함안보·달성보)이었다. 환경정책기본법의 농업용수 기준(4등급)에도 못 미친 것이다.

23일 늙은 어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개인이 강을 이렇게 망쳐놨다면 칼부림이 났을 것"이라던 그는 "남강·황강·토평천·합천댐·우포늪을 잘 관리해 낙동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면 녹조가 덜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생계가 끊긴 어민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으려 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이라고 진단했다. "보를 쌓아 물그릇이 커지면 녹조가 억제된다"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지금은 '4대강 징비록'을 써야 할 때다.

이노성 디지털뉴스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4. 4[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8. 8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9. 9‘국힘 397억 원’ 달린 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생중계
  10. 10[속보] 포스코 노사, 3차 파업 앞두고 잠정 합의... 기본급 2.6% 인상키로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