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에 시민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본지 지난 10일 자 1면 보도)은 반길 만한 일이다. '공휴(公休)부지'는 철도나 군 부대 시설 등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재로 쓰이다 이제는 용도가 다한 부지를 말한다. 부산에는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미군 55보급창 ▷부산진역 컨테이너 야적장(CY) ▷범천철도차량기지 ▷부산역 조차시설 ▷부산진역사 등 공휴부지가 산재해 있다.

공휴부지는 대부분 정부 부처나 산하 공기업이 소유권을 가져 상업개발 목적으로 민간에 매각될 처지에 놓여 있다. 해운대역사의 소유권을 가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생활형 숙박시설(호텔형 레지던스)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 건설업체에 부지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천혜의 해안 절경을 보유한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 미포~송정 구간(4.8㎞)도 소유권을 가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민간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진역과 범천철도차량기지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시가 해운대역사의 상업개발을 저지하고 시민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공휴부지를 공익적 목적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들 공휴부지는 오랜 기간 공공재라는 이름으로 정부에 '징발'당한 뒤 도심의 단절을 초래하고 미관을 저해하는 등 지역사회에 끼친 민폐가 적지 않았다. 그 쓰임이 다했음에도 정부와 산하 기관들은 이들 공휴부지를 지역사회에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민간자본과 결탁해 재개발의 과실만 취하려 하고 있다. 재개발 과정에서 시민공원이나 도서관, 광장, 청년을 위한 공간 등 공익적 목적이나 역사성 보존을 위한 지역사회 환원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공휴부지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공익적 공간으로 환원되는 규모에 따라 시민 삶의 질은 물론 도시 패러다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진역 광장에 시민도서관이 들어서고 55보급창에 녹음이 우거진 시민공원이 조성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절감하겠지만 공휴부지의 지역 환원을 더는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공휴부지의 소유권이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에 있다는 점이 지역사회 환원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휴부지 대부분이 도심에 있어 부지를 매입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시가 공휴부지의 지역사회 환원을 위해 전략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시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시는 앞서 범시민적 공감대 속에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미군 하야리아 부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한 선례가 있다.

시는 해운대역사의 시민공원 조성을 단순히 '시도해 본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코레일과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지역사회 환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부산의 미래를 바꾸는 일에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해서는 곤란하다.

서병수 시장은 'TNT 2030' '2030등록엑스포' '서부산권 개발' '낙동강 하굿둑 개방' 같은 장기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부산의 미래를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는 필요하다. 하지만 추상적인 장밋빛 미래보다 임기 안에 추진해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시민에게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동해남부선 해운대 폐선부지와 해운대역사의 시민공원 조성을 비롯해 부산 전역에 산재한 공휴부지를 지역의 자산으로 환원하는 데 시정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회1부 차장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