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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BIFF의 친구들

책임성과 함께 독립성 제도화는 시민 모두의 뜻 반영

부산시·영화계 협치 통해 올 BIFF 정상개최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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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6-08-04 19:37:0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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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엑스기어(FXGear), 부산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원'. 지난달 25일 국내 정상급 IT(정보기술) 정보사이트와 게임전문 웹진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부산' 국제판타스틱영화제라니? 기사 본문을 읽고 나서야 그것이 '부천'을 '부산'으로 잘못 쓴 제목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이 무렵 부천영화제를 다룬 기사 가운데에는 '부천시'라고 써야 할 것을 '부산시'로 잘못 쓴 것도 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주장처럼 말실수가 사람의 무의식을 드러낼 수도 있는 법이다. 아무래도 '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란 등식이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진 듯하다. 당시 부천영화제를 취재한 기자들의 관심이 온통 BIFF에 쏠렸던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어떻든 부산사람은 BIFF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올해 BIFF의 자부심을 더해준 'BIFF의 친구들'을 생각하면 좋겠다. BIFF가 정관을 바꿔 운영의 '투명성' '책임성'과 함께 '독립성' '자율성'을 제도화했다는 소식. 곧이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영화마케팅사협회가 '보이콧'을 풀고 참여를 결정했다는 소식. 이렇게 기쁜 소식을 안겨준 이들이 BIFF의 친구들이다.

'솔로몬의 재판'으로 비유하자면 이들은 '진짜' 어머니이다. 자신보다 자식을 더 걱정한 사람들인 것이다. 만약 BIFF를 못 여는 한이 있어도 누가 BIFF의 친어머니인지 가려야 한다며 끝까지 서로 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BIFF는 영영 우리 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이 점에서 BIFF 식구와 영화계의 결단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비록 영화계의 관점에서 부산시는 갈등의 원인제공자이고 '절대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서병수 시장이 그 갈등을 풀기 위해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장과 부시장이 맡았던 '당연직 임원' 조항을 없애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믿는다. 부산시 또한 BIFF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실천한 것이다.

이번 BIFF 정관 개정은 이런 노력이 합쳐진 산물이다. 시민 대부분이 바라던 협치(協治)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몇몇 국내 영화단체가 참여를 미룬다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남은 일은 올해 BIFF를 멋지게 치르는 일이다.

이때 부산시민이 할 일도 있을 것 같다. 부산시와 영화인도 이렇게 힘을 모았으니 시민들도 다시 열정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민이 할 일

무엇보다 BIFF 기간에 영화를 많이 보러 가면 좋겠다. 올해는 24만 명을 목표로 하자. 이 숫자는 세계적으로 관객이 많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영화제 관객 수이다. 지난해 BIFF 관객이 22만7000명이니 1만3000명만 더하면 세계 최다 수준이 된다. 이것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관객층의 확장을 의미한다.

지난 20년 동안 BIFF 관객 수는 크게 바뀌지 않은 반면 관객 연령층이 바뀌었다. 영화제 초기에는 10, 20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30, 40대가 중심이다. 이것은 '적신호'다. BIFF가 초기 관객층을 넘어 새 관객층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특정 세대로 한정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앞으로 20년 뒤 BIFF를 지지해줄 청소년층도 적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해외 영화를 내려받고, 예술영화 독립영화 전용극장이 있는 시대다. 20년 전처럼 일반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BIFF를 찾는 관객은 적다. 이는 곧 영화제가 영화 상영을 넘어 축제의 특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중의 외면을 당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지난해 BIFF가 '관객과의 대화'를 늘린 것은 참 잘했다. 영화제의 최대 장점은 영화인과 관객의 '스킨십'에 있다. 아울러 프로그래머들에게 바란다. '좋은 영화'나 이슈가 되는 영화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 또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의 목록도 마련해주면 좋겠다. 이런 목록이 있으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BIFF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 모두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가는 기분으로 참가하자. 이때 10대 청소년도, 50대 이상의 관객도 쉽게 BIFF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이참에 BIFF를 아끼는 시민들이 티켓 1만 장을 구입해 청소년과 고령층 관객들에게 기부하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이렇게 관객층이 다양하게 늘어나야 영화제도 힘을 얻고, 협찬 기업도 다양해질 수 있다.

'로레알 파리'는 올해로 19년째 칸영화제 공식 파트너이다. 레드카펫 행사에는 로레알 모델로 활동하는 세계적 배우와 모델들이 한자리에 올라 영화제를 빛낸다. 한류 화장품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이 한류 영화제 BIFF의 공식 파트너가 되면 어떨까.
■한류 화장품과 한류 영화제

1951년 부산 국제시장. 한 남자가 북을 치며 '동동 구리무'를 외쳤다. 태평양화학 창업주인 서성환 전 회장이었다. 1·4 후퇴 때 부산 초량에 내려온 서 회장은 'ABC포마드'를 내놨는데, 이 제품은 부산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을 만든 초석이 됐다.

또 1979년 태평양화학은 국제신문사와 함께 '전국 신인남녀배우선발대회'를 열어 우리나라 영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필자의 칼럼 '1978년 부산' 참고). 이처럼 부산과 인연이 깊고, 그 뒤로도 영화발전에 기여한 기업이 세계적 한류 영화제인 BIFF의 친구가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BIFF는 시민축제이고,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영화인 네트워크' 구축의 장이며, 아시아 신진 감독을 발굴해 세계에 선보이는 장이다. 앞으로도 BIFF가 이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 성격의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BIFF가 이렇게 나아갈 때 다양한 BIFF의 친구들이 힘을 모아 BIFF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철학박사·필로아트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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