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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시 '검사스럽다'를 생각한다 /김찬석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검찰권력 사유화 전형

도덕·청렴성 어디가고 특권의식만 남았는가…검사선서 되새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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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검사 친구에게 개인적 용무가 있어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검사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야! 검찰청에 들어오면서 너처럼 당당한 사람은 처음 본다."

그렇다. 편안한 얼굴로 검찰청에 들어가는 이는 드물다. 언론보도를 통해 많은 이가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을 본다. 한결같이 굳은 표정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심지어 CJ그룹 이재현 회장처럼 손과 발이 굽는 희소 질병을 입증하는 사진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선처를 호소한다.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치명적 결격사유를 드러내는 것도 감수하면서 말이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인 이들마저 검찰 소환은 지옥문을 들어서는 것에 다를 바 없다. 단테가 신곡에서 말한 것처럼 검찰청 입구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한다. 길 가다가 경찰차만 보아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서민들은 오죽하겠는가.

홍만표나 우병우나 진경준을 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검사를 다시 생각한다. 대검찰청 청사 로비에는 '검사 선서'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고 한다. 검사 선서는 '나는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로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로 끝을 맺는다.

검사 선서를 접하는 서민들은 심사가 편치 않다. "검사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본다고? " 그런 상투적인 선언문보다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외침이 훨씬 설득력 있고 공감이 간다.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는 자신과 가족과 회사 명의의 오피스텔만 123채였다고 한다. 비수도권의 부모가 자녀들을 수도권 대학이나 직장으로 보낼라치면 그나마 여유 있는 층은 오피스텔을 얻는다. 서울에서 오피스텔을 구하면 보증금을 빼고도 한 달 평균 월세가 50만 원선이다. 123채의 오피스텔이라면 한 달 월세 수입만 6000만 원이 넘는다. 도대체 검사장 출신이 그렇게 돈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변호사 개업 후 1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수임료를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갈퀴로 긁듯 거둬들였다는 그가 말이다. 그가 검사 시절 어떤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게 된 진경준이라는 검사가 있다. 대학 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검을 시작으로 요직을 거치면서 40대 후반에 차관급의 검사장에 올랐다. 그런데 검사로서의 그의 행보는 탈법 불법 그 자체다. 대학 동창인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넥슨 주식을 산 뒤 되팔아 100억 원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담당검사로서 대한항공 탈세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신 처남 회사에 대한항공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 검사 선서의 '영광스러운'은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본인과 가문과 처가에 '영광스러운'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검사는 출발부터 우월적이다. 같은 고시인 행정고시 출신에 비해서도 높은 대접을 받는다.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하지만 사법고시에 합격한 초임 판검사는 3급 부이사관 처우다. 행정고시 출신이 3급이 되려면 15~20년이 걸린다. 그래서 행정고시에 합격해도 3급으로 공직을 마감하는 이가 숱하다.

더욱 심한 것은 같은 사법고시 출신이라도 판검사와 변호사가 처한 현실이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법고시 출신의 변호사가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어떤 이는 이미 3급이고, 어떤 이는 9급을 지원한다. 결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최근에는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업무에 뛰어들었다가 공인중개사협회의 고발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례도 있다.

검사의 지위가 너무 높다. 검사를 우대하는 근거는 고도의 도덕성 청렴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대가라고 이야기된다. 일본 등에서 검사를 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성 청렴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검사 우대는 특권의식만 키울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것과 같다.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입법기관으로서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파렴치한 범죄의 도피처로 악용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토론 과정에서 '검사스럽다'는 말이 탄생했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아버지에게 대드는 싸가지 없는 자식을 빗댄 말' 등 무려 아홉 가지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2016년 여름, 검사스럽다는 말에 열 번째 뜻을 추가한다면 '영광스러운 자리를 사리사욕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를 빗댄 말'이 될 것 같다. 국민들은 진경준 홍만표 우병우가 검사의 참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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