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과 내수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변수까지 추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들썩이고 있는 반(反)세계화 내지 신고립주의 확산으로 선진국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어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 수출타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국내외에서 '보호무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신고립주의'에 동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한국은행 등 주요기관이 조정 끝에 내놓은 2%대 후반 경제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온다.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으로 성장해온 한국경제가 대량실업과 내수위축, 북핵·미사일 등 내부적 요인에다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라는 외생요인이 추가돼 또 한 차례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브렉시트가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무책임한 기대치다. 영국에서 시작되고 유럽연합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되는 불황의 파고가 세계로 확대될 경우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을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현 시점에서 '브렉시트=자유무역주의 퇴조'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영국 연방의 붕괴 가능성이 점쳐지는데다, 프랑스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등에서 힘을 얻고 있는 극우정당들이 EU 탈퇴를 공언하면서 EU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지난 28일 서둘러 하반기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10조 원 수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급락을 막겠다는 '긴급부양'이 골자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영향이 불확실해 이번 대책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경제성장률(3.1%에서 2.8%) 하향조정 등 경기전망도 상당부분 변동 가능성을 남겼다. 이미 발생한 브렉시트가 반영 안 된 경제정책으로 심각한 내외적인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당연히 나온다.
애매한 규모의 추경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벌써부터 나온다. 그나마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통과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용으로 변질돼서는 절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몇 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굳이 박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어느 때보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브렉시트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은 만큼 진단도 새로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처하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초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을부터 본격화될 구조조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말만 앞서고 있는 '규제개혁'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경제의 간판인 조선·해운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걸친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체크해야 한다. 기업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바람직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정부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개입하면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 만큼 경제가 회복되면 구조조정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물론 부실을 불러온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고 과정에서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기본이다. 필요하다면 과감한 M&A 결단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도 당연히 협조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이어 예방차원에서 건설 석유화학 철강 등 여타 분야에 대한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구조조정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극복 차원이 아니라 한 단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내외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이 시점에 앞장서 변화하지 않고서 희망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서울경제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