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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신공항 신원전 신부산 /김찬석

신고리 5, 6호기 실패…신공항 이은 좌절 연속

부산 새로운 패러다임 어디서 어떻게 구할까…임기 하반기 시장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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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에 시선이 쏠린 사이 부산의 또 다른 중대사가 묻혀 지나갔다. 신고리원전 5, 6호기다. 원자력안전위는 부산이 가덕 신공항 무산의 충격에 빠져 있는 틈을 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냉정히 우선순위를 부여하라면 신공항보다 신고리 5, 6호기를 앞에 두고 싶다. 신공항은 먹고 사는 문제다. 불편의 문제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부산으로서는 불편하겠지만 죽고 못살 정도는 아니다. 반면 원전은 안전의 문제다. 후쿠시마 참사에서 보듯 생명이 걸린 일이다.

생각할수록 아쉽다. 부산으로서는 신공항 문제가 겹쳐 있으니 원안위 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었을까. 보름만 늦췄더라도 신공항 충격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의 실수다.

부산에게 신공항은 절반의 실패다. 신고리 5, 6호기는 완전한 실패다. 경제와 안전, 동부산과 서부산 둘 다 놓쳤다. 두 차례 실패에서 부산이 배운 교훈은 새삼스럽다. 정부 정책이 철저하게 수도권 중심이라는 사실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는 부산 울산의 존재 이유가 수도권 전력생산기지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이제 부산의 갈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 그 하나가 독자생존의 모색이다. 예를 들면 가덕 신공항 독자 추진이나 신고리 5, 6호기 문제를 시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신공항 독자 추진은 해묵은 구호다. 2011년 국토교통부 용역 결과 가덕 신공항이 무산되자 당시 허남식 시장이 가덕 신공항 독자 추진을 밝혔다. 이번에는 서병수 시장이 되풀이했다. 어쩐지 말뿐이다.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를 향한 엄포이자 부산시민을 의식한 면피용 발언이다.

주민투표는 선례가 있다. 강원도 삼척 시민들은 2014년 10월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유권자 4만2488명 중 2만8868명이 참여해 투표율 67.94%였다. 원전 유치 반대는 삼척시장의 공약이었다. 원전 유치가 국가사무라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삼척시가 뒤로 빠지고 주민들이 나서 자체 선관위를 구성했다. 개표 결과 유치 반대가 84.97%로 압도적이었다.

삼척이 한 일을 부산은 못하고 있다. 시는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사업이 국가사무라며 주민투표에 반대했다. 주민단체는 시가 투표를 방해하고 주민 갈등을 조장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그 결과 투표율 26.7%로 투표율 33%(3분의 1) 요건조차 채우지 못했다.

주민투표법 7조나 지방자치법 11조, 14조를 뜯어보면 원전 유치가 국가사무라는 주장은 국가의 재량권 남용에 가깝다. 해수담수화 수돗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지방자치시대의 부산은 정부 입장 대변에 급급하다.

서 시장은 고리 1호기 폐쇄 공약을 실현했다. 그런데 고리 1호기 폐쇄를 원전 문제의 끝이자 전부로 인식하는 듯하다. 신고리 5, 6호기는 손을 놓았다. 시민들은 서 시장의 공약이 고리 1호기 폐쇄로 충분하다고 이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리 1호기 폐쇄는 부산을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만드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설계수명이 다해가는 고리 2~4호기 등의 후속 폐쇄는 물론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단까지 당연히 아울러야 한다.

부산시는 원전 정책 자체가 반쪽이다. 고리 1호기 폐쇄에만 집중할 뿐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탈원전 정책의 수립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신공항은 부산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탈원전은 반대다. 원전의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이 든든한 원군이다. 서울시는 후쿠시마 참사 이듬해인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펴고 있다. 2020년까지 전력자립률을 2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동남권 원전벨트에서 생산한 전력을 안방에서 편하게 받아먹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서울시가 명칭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로 정한 전력자급책을 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은 부산으로서는 뜻밖이자 환영할 일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에너지 비전 2030'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전력자급률을 현재의 29.6%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필요한 전기를 자체 해결하면 노후 원전 7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울산에 새로운 원전을 지을 이유가 없다. 부산이 서울 경기와 공조해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확산시켰다면 적어도 정부가 이처럼 손쉽게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허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신공항에서는 이웃 지자체들을 적으로 돌렸다. 신고리 5, 6호기에서는 막강한 우군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부산의 실패는 피할 수 없었다.

신공항 신원전을 계기로 부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야 한다. 서 시장은 가덕 신공항에 시장직을 내걸었다. 시장직을 걸기는 쉽다. 새로운 부산을 찾는 길은 어렵다. 임기 하반기를 맞은 서 시장의 과제다. 물론 그 전에 시장직에 대한 대시민 성명은 있어야 한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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