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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으로 바람 쐬러 오시죠 /김찬석

'상쾌한 부산'은 착각…미세먼지 주의보 위험

고층 건물·아파트 난립, 스스로 숨통 죈 결과…도시정책의 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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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바람의 도시다. 미국 시카고처럼 '바람의 도시'라고 이름 붙여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바람이 많다. 기상청 통계로도 확인된다. 30년간(1981~2010년) 부산의 연평균 풍속은 초당 3.7m였다. 서울(초당 2.3m) 대구(2.7m) 울산(2.1m) 인천(2.9m)보다 월등하다. 섬이나 산간지대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울릉도(3.7m)와 같다. 바람이 세면 대기 흐름이 원활해진다. 그래서 부산의 공기는 다른 곳보다 상쾌하다고 믿었다. 부산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의 하나였다.

그런데 반전이다. 올 들어 부산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일수가 7대 도시 최다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이 모두 10일로 서울(6일), 인천(6일)보다 훨씬 많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도심 곳곳에 산이 있어 오염된 대기가 정체 상태를 보인다거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로 밀려온다거나, 컨테이너 차량이나 선박 등 경유 사용이 많다는 등이다.

부산 도심 곳곳의 산이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고, 서울 대구도 도심에 산이 많다. 부산에 컨 차량이나 선박이 많은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공기가 나빠졌는가. 그것도 코털이나 허파의 섬모에 걸러지지 않고 허파나 폐 깊숙이 들어간다는 2.5μm 이하의 미세먼지나 1.0μm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말이다.

다시 바람으로 돌아가 보자. 부산의 연평균 풍속은 1995년에는 초당 3.98m였다. 그런데 20년 후인 지난해에는 초당 3.10m로 약해졌다. 무엇이 부산의 바람을 허약하게 만들었을까. 설마 부산 인구가 고령화하듯 부산의 바람도 나이를 먹어 기력이 쇠진해진 것은 아닐 터이다.

그 주범으로 지목하고 싶은 것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는 고층 빌딩이나 특히 고층 아파트 무리다. 바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층아파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산이다. 30층 높이의 아파트는 키가 100m에 가깝다. 해운대 해변에 기세좋게 몰려왔던 눅눅한 북태평양 바람이, 금정산을 휘몰아 내려오던 백두대간의 솔바람이 곳곳의 아파트 산들에 턱턱 막혀 주저앉는다. 물이 그렇듯 바람도 막히면 돌아간다. 그런데 돌아가도 다시 아파트 벽이다. 부산은 수십 년에 걸쳐 스스로의 숨구멍을 차곡차곡 막아온 셈이다. 그런데도 부산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시멘트 덩어리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럴 때 미세먼지를 잡자고 고등어나 삼치에게 연기를 내뿜은 죄를 묻거나, 경유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하책이다. 걸리는 대로 죄다 두드려잡고 보자는 식이다. 경유만 하더라도 정부가 '클린 디젤'이라며 환경개선부담금까지 면제해가며 경유차 구입을 대대적으로 권장하고 나선 것이 불과 7년 전인 2009년의 일이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한 정부나 지자체 눈에는 고등어 굽는 연기만 보이고 경유차 매연만 보인다. 자신들의 정책 기조가 미세먼지를 양산해왔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도시정책의 시각을 바꾸어보자. 좋은 사례가 있다.

부산교육대학이 지난해 정문에 인접해 있던 4층 건물을 철거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이전보다 훨씬 크고 높은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맙소사. 건물을 뜯어낸 자리를 소공원으로 만들었다. 걷기 편하도록 보도블록을 깔고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대학의 인상이 달라졌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숨이 막힐듯 가로막고 서 있던 건물이 없어지면서 캠퍼스 너머 금정산까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말아두었던 병풍을 펼친 듯하다. 이런 신세계를 지금까지 감추어두고 있었으니. 금정산 바람이 곧바로 부산교대로 휘몰아쳐 오는 기분이다. 캠퍼스 빈터를 건물로 채우기에 급급한 대학사회 풍조를 거스르는 신선한 충격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원래부터 자연친화적인 바람길 도시가 아니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 탈출구로 생각해 낸 것이 바람통로를 고려한 도시계획의 실천이었다. 모든 도시계획 변경과 건축 허가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했다. 계곡이나 언덕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했고, 숲 근처의 건물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평행하게 배치시켜 바람이 최대한 도심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부산의 고층빌딩이나 아파트 단지들을 건설할 때 바람길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수영만, 광안리에서 산복도로에 이르기까지 건축 고도제한을 해제하자는 이야기만 나온다. 그 과정에서 조망권은 거론돼도 바람길과 같은 환경권은 논외다. 조망권은 아파트 가격과 연관된 사유재인 반면 환경권은 공유재이기 때문이다.

여름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이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부산을 찾는 이가 줄을 잇겠다. 부산으로 바람이나 한번 쐬러 오라고 권하기가 머쓱해진다.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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