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년 반 뒤인 2018년 10월이 되면 한국예탁결제원의 부산증권박물관이 문현금융단지 내에 개관하게 된다. 박물관은 과거 역사를 현재의 눈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산물인 유물을 보고 그 속에 묻어있는 자신을 비추며 미지의 앞날까지 상상해보는 짜릿함을 맛보기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이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현실을 잊고 해당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던져주어야 한다. 지난날을 박제해 놓고 고정된 공간에 묶은 채 뜨문뜨문 오는 관람객이 구경하도록 하는 박물관은 현대 시대 박물관의 모습이 아니다. 예컨대 전쟁터를 은유한 장기판을 넘어 장기판 위에서 실제 사람들이 총칼을 휘두르는 현장감을 보여주어야 생동감 있는 박물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현대 박물관은 스토리텔링과 체험형 관람이 요체가 된다.
이러한 박물관의 정체성과 유전자를 같이하는 것이 최근 선풍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시대와 실존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세계까지 그려내는 마술적인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멋진 기술은 객관적 유물을 대상화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의 주체적인 참여와 활동을 통한 실감나는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는 끝이 없다.
현실을 떠나 원하는 환경으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그곳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을 실현시켜 주는 흥미로운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설화, 소설, 연극 등도 일탈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지켜내고 있는 인위적 가상현실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인간의 색다른 존재감에 대한 호기심은 자꾸만 과학의 한계를 깨뜨리고 있으며 그 결과 이제는 누구나 간단한 도구에 의해 가볍게 가상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NFC, 3D, 4D, 증강현실, 홀로그램, RFID, Gamification, ICT기술 등 실현 방식의 다양화도 진행되고 있다. PC가 생활필수품이 되었듯이 한 가정에 하나쯤은 가상현실에 관한 기기가 장착되고 활용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박물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상공간의 활용수단이 다양해지는 변화가 반가울 뿐이다. 한계에 부딪혔던 시간과 공간의 넘나듦의 도구가 폭넓게 확장되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유물이라 할지라도 단순한 전시나 조형물, 영상, 음성표현, 장식 등으로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유물은 말이 없지만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리 잠자고 있는 스토리를 깨우고 생기를 넣어 스토리텔링을 잘한다 하더라도 이를 그 시대로 돌아가 살아 있는 현실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그저 오래된 이야기를 반복하는 고정화된 단편극에 머물고 말 것이다. 또한 부산증권박물관이 현대적 건물에 입주하더라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전시유물과 부산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방형 전시를 통한 감동 유발의 욕심은 오히려 비용의 증가와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박물관의 벽은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가상현실의 기법을 담아 언어로 표현 못하는 스토리를 펼치며 관람객의 실재적 체험을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주제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면 다소 무거워 보이는 증권의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이라 하더라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실감나는 박물관을 경험하며 찾아오는 즐거움도 배가함으로써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시민들의 수요를 잘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개관될 부산증권박물관은 첨단 자본주의가 이룩해 놓은 경제·사회·과학·문명의 발전상과 증권파동, 금융위기 등 금융시장의 탐욕과 혼란의 교훈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귀한 실물증권과 자료들의 전시는 물론 VR기법을 적용하여 관객이 주인공이 되어 사고 싶은 물건을 사고 증권에 투자하며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세계증권시장을 둘러보게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어려웠던 증권의 원리를 쉽게 풀어 설명함으로써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활수단임을 알리는 교육의 장도 마련할 생각이다. 이를 통하여 지역주민은 물론 초중고 대학생들이 반복해서 찾아오는 만남과 참여의 장으로 활용하여 복합문화를 창출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마침 부산은 차세대 먹거리로 ICT와 VR을 이용한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지역의 관련 산업체와 손을 잡고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함께 건립해 나간다면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예탁결제원은 스위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증권분야 전문 박물관을 운영해 왔다. 이제 본격적인 부산시대를 맞이하여 부산증권박물관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 있는 금융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