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도 이곳 위천공단 예정지를 둘러보러 왔는데 또다시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3일 대구시가 추진하는 달성군 산업단지 부지를 방문했던 부산의 한 원로 환경운동가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가 기억하는 1996년, 대구시는 이곳에 위천국가공업단지 조성을 계획했고, 이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부산과 경남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운동본부가 조직되고 대구시에 환경단체가 항의방문을 하는 등 반대운동은 몇 년간 이어졌다. 당시 참여했던 다른 환경운동가는 "그때 부산지역 환경운동가로는 내가 처음 삭발했다"며 심각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의 갈등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문제가 됐던 이 부지에 또다시 달성산업유통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오염사고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됐지만, 또다시 옛 위천공단 부지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자가 동행한 산단 부지 탐방길도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이 같은 의지에서 급박하게 마련한 것이다. 현장을 찾은 환경운동가들은 달성보 전망대에 올라 산단 예정지를 확인한 후 정말 이곳이 맞는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낙동강을 따라 3.3㎞ 이어진 부지는 낙동강과 가깝게는 80m에서 멀어 봤자 2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환경단체는 결국 대구환경청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성을 높였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로 결정하면서 재추진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청이 '부동의'로 더는 개발 구상을 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낙동강이 국가하천인 만큼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하류 지역 시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시도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절실함이 있을 것이다. 부산 경남의 개발 반대가 야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류 지역 시민들도 안전한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 낙동강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물이용부담금(t당 170원)을 내고 있다. 부산지역 부담금은 연간 500억 원에 달한다.

이제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다시 지역 간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환경영향평가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낙동강 유역에 개발이 제한되도록 수변지역으로 지정하고 토지를 매입해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꺼야 한다.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깨끗한 물을 먹겠다는 부산 경남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사회1부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