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마음을 선물하면 마음이 돌아와요 /주선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4-25 19:16:39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생긴 일이다. 내 자리의 전등이 켜지지 않아 글을 읽을 수 없어 여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리 중이라 그런지 갑자기 양쪽 좌석의 TV화면이 꺼졌다. 10여 분을 기다린 뒤 승무원이 이렇게 얘기했다. "수리하는 데 30분 이상 걸립니다. 30분 후면 도착인데, 고치는 동안 옆 승객분들이 TV를 못 보게 됩니다. 수리할까요? 말까요? 말씀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은커녕 옆 사람을 핑계 삼아 협박(?)하는 말투였다. 필자는 책임자처럼 보이는 승무원이 지나가기에 잠시 세웠다. "혹시 교육책임자인가요?"라고 묻는 내 표정에서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챈 스튜어드는 금세 죄송하다고 했다. "무엇 때문인지 아느냐"고 하니 그는 다시 "죄송하다"고만 했다. 내용도 모르면서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서비스일까?

그들은 평소 많이 웃으라,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사과부터 하라는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청 없는 반사적인 대응은 오히려 무례한 서비스가 된다. 진정한 서비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그 여승무원은 "죄송합니다"라며 웃었다. 그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필자의 마음속에는 해당 항공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이 남게 되었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좋은 심상, 그리고 경쟁자에 비해 사회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기에 인상을 보면 당락을 점칠 수 있다. 인상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출마자들의 태도와 언상을 비교해 보면 누가 당선될지 대충 윤곽이 잡힌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 필자는 '마음'의 힘을 새삼 절감했다. 필자가 가장 관심있게 본 지역은 고향 부산이었다.

그간 부산은 새누리당의 '안심 텃밭'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어디 부산뿐인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세 번 도전 끝에 승리한 더민주의 김부겸 당선인, 새누리당 불모지인 전남 순천의 이정현 당선인, 그들이 지역주의 벽을 넘은 비결은 무엇일까? '적진'이기에 더욱 성실히 지역 기반을 다지고 인내하며 다른 후보보다 더 열심히, 성의껏 지역 주민들을 섬긴 덕분일 것이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실제 결과에서는 패배한 후보도 있었다. 그는 스스로의 스타성을 믿은 '오만과 방심'이 가져다준 뼈아픈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흔히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귀한 자리든 행운이든 국민들에게 마음을 다한 후보에게 하늘이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다. 진실된 '상'은 얼굴이 아닌 심상에서 찾아야 한다.

'갑(甲)의 힘'은 진정한 마음에 있다. 근래 '갑질 논란'을 보면서 어떤 이가 진정한 갑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필자의 여행 경험에서 보자. 고객이 갑? 이 경우는 고객인 필자에게 협박조로 얘기하던 그 승무원이 오히려 갑이다. 편안한 복장에 화장기 없이 이코노미석에 앉은 필자가 시시한 아줌마처럼 보여서일까? 필자가 퍼스트클래스 고객이었다면 승무원이 그런 무례한 응대를 했을까?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접어주기로 한 것은 직무상 힘있는 고객들로부터 갑질 행패를 당하는 그들의 '애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화점 신발가게에서 세일 기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친구 아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 그는 매일 100명이 넘는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신발을 신겨주었다. 판매원이라고 무시하며 불손하게 대하는 고객들, 정감 있게 대하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그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판매원의 자세가 아니라 오히려 고객의 자세였다고 한다. 그 이후 그가 고객이 되었을 때 판매원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단다.

이들 두 사례에서 우리는 진정한 갑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갑에게는 품어주고 접어주는 스폰지같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갑질 회장님'을 고발한 피해자들에게 그 회장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그들에겐 올바른 갑의 자격이 있을 것이다. 피해자들 역시 그 진심 어린 사과에 용서로 화답했다면 거꾸로 을이 아닌 아름다운 갑의 모범이 되었을 것이다.

갑은 반드시 세속적인 힘을 가진 쪽이 아니다. 힘은 이동하는 것이다. 흔히 고객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갑이 되지만 때로는 서비스하는, 용서의 힘을 가진 사람이 갑이 되기도 한다. '이 지역이니까 당연히 내가 되겠지'라고 방심한 후보들에게 한 표 한 표의 힘으로 민심을 보여준 국민들이 갑이 된 것처럼.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