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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오만과 편견 /김찬석

4·13총선은 말한다 유권자는 깨어있다고

새누리가 오만 벗고 정치권이 편견 깨야 정치의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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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이 끝났다. 여소야대도 아니고 더민주당이 제1당에 올랐다. 패자인 새누리당에게도, 승자인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게도, 유권자들에게도 믿기지 않는 결과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과 분석이 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코드도 그 하나로 유효할 것 같다.

오만은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트레이드 마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180석 운운이 대표적이다. 선거 후반으로 가면서 과반 의석도 위험하다느니 하며 꼬리를 내렸지만 유승민 공천 파동에서 보듯 청와대와 친박에 의한 사천(私薦)으로 국민을 무시하고서도 180석을 입에 담은 것은 오만함의 극치다.

김 대표가 선거 일주일 전인 전주 유세에서 들고나온 이른바 '배알론'은 어떤가. 전북이 오랫동안 더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난해 국가 예산 인상이 고작 0.7%에 머물렀다면서 "전북 도민 여러분은 배알도 없느냐. 정신 차리라"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20년 넘게 새누리당을 지지해준 부산시민은 도대체 배알이 있는가. 선거 직전 더민주당 부산시당 발표에 의하면 새누리당 부산 국회의원 후보 중 이헌승 하태경 조경태 윤상직 김희정 박민식 손수조 서용교 등 8명은 부산에 건물과 주거용 부동산이 하나도 없다.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 그런 새누리당이 부산을 위해 무엇을 해줬는가. 배알이 없기로 친다면야 부산 시민이 훨씬 윗길이다.

부산 시민을 얼마나 만만히 봤길래 새누리당이 부산에서만 유독 100% 현역의원을 재공천했을까. TK 본산이라는 대구와 경북에서도 현역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했는데도 말이다.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튀어나온 북한 식당 종업원의 대거 탈북 뉴스라는 것도 그렇다. 아직도 북풍몰이식 색깔론 공작이 통할 것이라고 국민을 낮추어 보지 않고서야 이런 속보이는 뉴스를 청와대가 언론보도용으로 제공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고대 중국 하 은 주 시대 군왕의 통치강령으로 불리는 서경(書經)에는 정치를 이렇게 규정했다. 팔팔한 여섯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썩은 새끼줄로 모는 것과 같다고. 국민 대하기를 썩은 새끼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모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조심조심해야 하는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과연 그랬는가.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들이 도리어 물이 되어 백성들을 띄우고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하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재·보선에서 여당이 족족 완승했으니 유권자들에게 원인 제공의 책임이 없다고도 못하겠다.

오만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유세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둘 경우 정치은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 전 대표로서는 이미 퍼질 대로 퍼진 호남의 반문재인, 반친노 정서를 자신의 방문으로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오만한 발상이었다.

오만이 오롯이 정치권이 짊어져야 할 부채라면 편견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정치해설가들이 나눠 져야 할 짐이다. 일여다야 구도가 되면 새누리당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던 주장을 보자. 그 때문에 야권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당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통합은 물론 비공식적 통합도 강력하게 차단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도적 제1당이 되고, 전국 정당지지율에서 더민주당을 추월한 것을 보면 편견도 그런 편견이 없다.

더민주당은 부산의 18석 가운데 5석을 얻었다. 1석조차 힘들 것이라던 우려가 무색하다. 호남에서 이정현이, 대구에서 김부겸이 나올 수는 있어도 부산에서 김영춘이 나올 수는 없다는 믿음이 편견이었음을 부산시민들은 보여줬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적령기 남녀의 결혼 이야기다. 중산층 집안의 둘째딸 엘리자베스는 상류층 가문 다아시와의 첫 만남에서 그가 오만하다는 인상을 받고 청혼을 거절한다.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에 따른 오만으로 인해 감정을 털어놓지 못했고, 엘리자베스는 편견 때문에 다아시가 다소 거만하기는 해도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 뒤늦게 상대방의 본모습을 이해하면서 둘은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4·13총선을 통해 먼저 유권자들이 편견을 걷었다. 이제 청와대와 대통령이 오만을 버릴 차례다.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지만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감안하면 난망하다. 새누리당에게는 믿기지 않는 4월이다. 지금이라도 정치의 봄, 유권자들의 봄이 왔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깨우는 잔인한 4월이 지나간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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