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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황영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4-03 19:11: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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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치나 유럽통합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정치 전공자로서 영국과 유럽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은 사뭇 흥미롭다. 벨기에 테러 때문에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최근까지 영국 정치를 달구는 가장 큰 논쟁거리는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문제였다. 영국은 오는 6월 EU 잔류 또는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언론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23일 영국의 EU 탈퇴(Brexit·브렉시트) 또는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그 전날 브뤼셀 EU정상회담에서 결정된 EU 개혁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영국의 EU 잔류에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영국은 지리상 유럽에 속하면서도, 유럽과는 거리감이 있는 국가로 분류된다. 19세기 영국은 유럽대륙의 각종 전쟁과 갈등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이른바 '영광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는 대외정책을 취했다. 영국은 유럽대륙의 전쟁과 갈등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국익을 해치는 국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전쟁 초기에는 미적거렸지만 나폴레옹이 유럽 전역을 장악하고, 영국의 식민지와 본토를 압박해 오자 본격적으로 나폴레옹 전쟁에 개입한 것이다. 말하자면, 유럽대륙 밖에서 유럽대륙의 균형자(balancer)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다.

유럽과의 거리두기는 영국과 미국의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영미 관계는 '특별한 관계'로 표현된다. 실제로 영국은 유럽보다 미국을 우선하는 대외정책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니 블레어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롱까지 받으면서까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도 미국에 경도된 대외정책의 좋은 보기라 하겠다.

유럽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것인가, 유럽국가 스스로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도 영국은 늘 미국편에 서 있었다. 이른바 '대서양주의자'의 주창자인 것이다. 영국 입장에서 볼 때 대서양의 다른 해안에 있는 미국이라는 사촌이, 도버해협 건너편에 있는 유럽 친구들보다 훨씬 더 미더운 것이다.

유럽통화에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를 고집하는 것도 영국의 EU에 대한 두려움 또는 유럽 회의(懷疑)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된다. 실제로 이번에 논의된 EU개혁안 대부분이 EU에서 영국의 예외를 인정해 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즉, 영국인들이 EU에 갖는 불신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번 개혁안이 결정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국민들은 EU 출신의 이주민들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자신의 일자리나 복지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영국은 EU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을 최대 7년간 중단할 수 있는 '긴급중지'를 비롯해 본국에 자녀를 두고 온 노동자의 양육수당을 삭감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 영국은 '유로 존'에 속하지 않으면서 파운드화를 자국 통화로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EU의회가 제정한 법률안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게 되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잔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이번 EU정상회담에 임했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머런 총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영국의 EU 잔류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12%의 지지를 얻은 영국 독립당은 예외로 하더라도, 집권당인 보수당 내부에서조차도 EU 탈퇴를 지지하는 각료와 의원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보도되고 있다. 차기 총리감으로 손꼽히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 같은 이가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대표적 정치인이다. BBC의 최근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찬반이 각각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의 '초국가주의' 정신 때문에 영국 주권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보면서, 보다 직접적으로는 '유럽에서 오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 때문에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EU를 통해 영국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위상까지 제고할 수 있어 잔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가 영국의 '국가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가를 넘어서는 초국가주의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개별 국가이익의 합만 존재한다는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주장처럼, 초국가주의적 이념을 앞세우는 EU를 두고, 현재 영국은 여전히 '국가이익'을 걸면서 그 탈퇴와 잔류를 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영국 헐 대학 정치학과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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